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0 ), ② 단독기획( 0 )
2. 보도제작경위
"아..사망자가 2명이 아니라 5명이랍니다."
모두 쉬고 있던 일요일이었다. 헬기가 추락했다는 사건사고였다. 사건팀 1명과 촬영기자 1명, 이렇게 1팀을 꾸려 출동했다. 애초 처음에는 기장과 정비사 총 2명이 숨진 걸로 추정됐다. 사전에 신고된 탑승 인원이 2명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시신 5구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KBS강릉 사건팀이 전원 소집됐다. 사건팀이라고 해봤자, 캡과 바이스, 팀원 이렇게 3명이었지만, 성과는 작지 않았다.
"선배! 의문의 여성 2명이 타는 걸 확인했습니다."
현장 취재는 헬기가 추락한 야산과 애초 헬기가 이륙한 계류장, 이렇게 2곳에서 집중적으로 진행됐다. 무엇보다 헬기 기장과 정비사 등을 제외한 나머지 탑승 인원이 누구인지 밝히는 데 취재를 집중했다. 언론사 가운데 계류장에 제일 먼저 도착한 사건팀 바이스가 긴박하게 전화를 걸어왔다. 계류장에 설치된 CCTV 영상을 단독으로 확보했다는 내용이었다. 탑승자가 도착하는 모습부터, 헬기가 이륙하기까지 모든 과정이 담겨있었다.
무엇보다 해당 CCTV에는 헬기 관계자로 보이는 남성 3명 외에 의문의 여성 2명이 탑승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우리는 주변 취재 등을 통해 이 여성들이 정비사의 지인이라는 구체적인 사실도 단독으로 확인해 사고 당일 보도했다. 타사는 전혀 확인하지 못했던 내용이었다. 특히 여성 중 1명이 함께 탑승한 50대 정비사와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사실을 파악했고, 운항일지도 작성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해 단독 보도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타사에서 해당 보도와 팩트에 대한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CCTV영상을 공유해달라는 요청도 잇따랐다. 경찰 등 관계기관에서도 해당 CCTV를 어떻게 구했냐는 등의 확인 전화가 이어졌다. 가장 먼저 발로 뛴 보람이 있었다.
"의문에 빠진 사고" 추락 원인 논란
헬기가 야산에 추락한데다 동체가 화재로 소실돼, 사고 원인을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 유족 일부는 기체 결함 의혹을 제기했고, 헬기 운용 업체 측은 그동안 이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추락한 사고 헬기에는 비행기록 등이 담긴 이른바 FDR(블랙박스)도 없었다.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졌다.
그런데 사고 이튿날 산불감시용 CCTV에 추락하는 헬기가 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CCTV를 본 복수의 전문가 및 관계자와 접촉한 결과, 아쉽다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멀리 떨어진 건너편 산 정상에 설치된 산불감시용 CCTV여서, 화질도 좋지 않고 비행하는 헬기가 마치 작은 점처럼 보인다고 알려왔다. 물론 국토부와 경찰은 이 영상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관계자에게 전해들은 "헬기가 돌다가 앞으로 추락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정도만 보도할 수 있었다.
"거기 국토부죠? 이 CCTV 한번 봐주시겠어요?"
어쩌면 사고 CCTV가 또 있을수 있다고 생각했다. 소득이 없을 수 있지만 데스크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고 셋째날 현장에 2팀이 다시 출동했다(규모가 작은 KBS강릉 보도부는 최대 4팀까지만 꾸릴 수 있어, 2팀 출동은 대형 사건사고 발생 때나 가능하다)
우리 예상이 맞았다. 타사가 모두 철수한 마을 곳곳을 하루 종일 발로 뛴 성과는 오후 늦게서야 나왔다. 헬기 추락 현장에서 불과 700여 미터 떨어진 캠핑장에 사고 현장을 정면으로 비추는 CCTV를 확인했다. 헬기가 추락하는 안타까운 장면이 또렷하게 녹화돼 있었다. 당시 헬기는 산불조심 방송을 계속 하고 있었고, 4바퀴 이상 시계 방향으로 돌다가 추락해, 화염에 휩싸이고 폭발하는 장면이었다. 캠핑장 주인도 몰랐고, 사고를 조사하는 국토교통부와 경찰 등 아무도 확인하지 못한 CCTV였다.
CCTV영상을 확보하고 서둘러 회사로 복귀하는 차에 올랐다. 돌아오면서 KBS강릉 데스크는 물론 KBS보도본부와도 상의했다. 이 영상을 어떻게, 또 어디까지 보도할 것인지 고민했다. 결론은 단독 보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데 모아졌다. 사안의 중대성과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이 우선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회사에 복귀하자마자 국토부에 전화를 걸었다. 우리가 받은 CCTV영상 원본과 출처(캠핑장 주소 및 연락처 등)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경찰 등에 전달했다. CCTV영상을 본 국토부 관계자는 그야말로 깜짝 놀랐다. 대체 어디서 구했냐며 연신 감사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원인 규명을 위해 영상을 잘 쓰겠다고 했다. 대학 헬기조종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도 KBS가 제출한 영상이 "가장 선명하고 또 사고의 원인을 밝히는 가장 큰 단서가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해당 영상의 보도 직후 반응은 또 한번 폭발적이었다. 타사 기자와 지자체 관계자 등의 전화도 빗발쳤다. 다시 한번 발로 뛴 보람을 느꼈다.
"너무 허술합니다. 바꿔야할 제도도 많고."
추락한 동체 수습을 끝으로 사고 관련 보도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 사건팀 전원(3명)이 참가한 가운데 평가회의가 열렸다. 성과가 있었지만, 제도의 미비점이나 재발 방지 대책을 지적하는 보도는 아쉬웠다. 우리는 다시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임차헬기 제도 전반에 고칠 점은 무엇인지, 또 고민할 지점은 어디인지 자문을 구했다. 전문가들은 헬기 제도가 개선 과제 투성이라며,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충남 태안 한서대학교와 충북 음성 극동대학교 등 전국 헬리콥터 관련 학과의 교수들을 직접 만나고 공부하며 인터뷰했다.
전문가 자문을 토대로 연속 기획보도를 진행했다. 탑승자 관리가 허술한 임차 헬기 전반을 지적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임차헬기 계약이 지자체별 개별 방식이어서 기준도 없고 제각각인 운용 방식을 꼬집기도 했다. 또, 이번 사고 헬기에 비행기록장치인 FDR(블랙박스)이 없었던 이유를 분석하고, 대안도 설득력있게 제시했다. 또 여객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비 기준이 느슨한 현실을 지적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헬기 관련 대학 교수 등 복수의 전문가, 관계자 취재를 통해 팩트를 재확인하며 진실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특별한 제보자는 없었고 이해관계도 없었다. 헬기가 추락한 야산 및 헬기 계류장 등 모든 현장을 직접 취재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KBS가 단독 보도한 내용에 대한 선행보도는 전혀 없었다. KBS보도 이후 타매체 반향은 폭발적이었다. 우선 사고 첫째날, 의문의 여성 2명이 헬기에 탑승하는 CCTV영상을 단독 보도했고, 특히 이 여성들이 헬기 정비사의 지인이었고 1명은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구체적인 사실도 단독으로 파악해 보도했다. 이후 해당 영상 공유 요청과 팩트 문의 등 타사 기자들의 전화가 잇따랐다. KBS기사 내용이나 인터뷰를 직접 인용한 보도도 많았다. 또, 사고 셋째날 추락하는 헬기가 뚜렷하게 잡힌 CCTV영상을 역시 단독으로 입수해 보도했다. 보도 직후 CCTV 영상을 공유해달라는 요청과 출처 문의 등 다시 한번 타사의 전화가 잇따랐다.
무엇보다 보도 이후 회사 동료들과 타사 기자들의 격려가 이어졌다. 최초 CCTV 영상을 입수한 캠핑장 주인의 허락을 받아, KBS는 입수한 CCTV 영상을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에 전달했고, 이튿날 타사 기자들에게도 캠핑장 주인 동의를 얻고 제공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KBS는 헬기 계류장에 설치된 CCTV 영상을 단독으로 확보해, 단순 추측이 아닌 눈에 보이는 사실을 보도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사고 초기 탑승자와 관련해 현장에서 난무했던 잘못된 소문과 낭설을 오히려 바로잡을 수 있었다.
또, 마을 곳곳을 돌며 헬기가 추락하는 생생한 CCTV영상을 단독으로 입수해, 사고 조사를 맡은 국토부에 제출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와 대학 교수 등은 KBS가 제출한 CCTV영상이 "추락 원인을 규명하는 데 가장 큰 단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일부 유족들은 KBS가 입수한 CCTV 덕분에 원인 규명에 큰 도움이 됐다며, 간접적으로 감사하다는 뜻을 표시하기도 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이 보도는 현장에 나간 기자들이 최대한 발로 뛰며 얻어낸 단독이라는데 의의가 있다. 단독으로 확보한 CCTV 영상과 팩트 등을 토대로 관계기관 발표를 교차 확인하면서, 최대한 진실에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타사가 철수한 현장을 다시 찾아, 헬기 추락 장면이 담긴 CCTV를 단독으로 확보해, 사고 원인 규명에 절대적인 도움이 된 것도 의미 있다고 평가한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은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전해왔고, 이례적으로 일부 유족도 고맙다는 뜻을 알려왔다.
이와 관련해 소속사(KBS)도 자체 심의를 통해 <양양 헬기 추락 사고와 관련해 헬기 추락 장면이 생생히 담긴 주택 CCTV 영상 입수 보도가 돋보였음. 특히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CCTV 영상과 출처를 사고조사위원회 등에 전달했다”는 맺음말은 보도의 ‘투명성’과 ‘설명 책임’에 충실한 의미있는 설명 멘트였음>이라고 평가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 없었고 반론 신청이나 중재위 피신청 사항 등도 없었다.
회차 심사평
제387회 전체 총평
제387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11개 부문에 84편이 출품됐고 이 중 5개 부문에서 수상작이 1편씩 나왔다. 취재보도 1부문(정치·사회)에는 11개 부문 가운데 평소처럼 가장 많은 21편이 출품됐지만 이례적으로 수상작이 없었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연합인포맥스의 <흥국생명,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 시장 신뢰 하락> 보도가 선정됐다. 흥국생명이 5년 전 글로벌 시장에서 발행한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연합인포맥스 보도 이후 채권시장은 요동을 쳤다. 평판 리스크를 감내하면서까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한 흥국생명의 재정 상태에 대한 의구심부터 외화 조달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부터 채권시장은 큰 타격을 받아온 데다 싱가포르거래소에 올라온 ‘공시’를 기사화한 작품에 상을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소수의견도 있었지만 흥국생명의 경우 금액이 워낙 컸고, 보도 이후 당사자와 당국의 움직임까지 심도 있게 다뤘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시사IN의 <화물차를 쉬게 하라>가 선정됐다. 화물차 약 4만대의 방대한 샘플을 분석해 화물차 기사들의 노동시간과 공간을 꼼꼼하게 살펴본 이 기사는 ‘데이터 분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화물차 기사를 24시간 이상 동행 취재하며 데이터에 ‘현장’을 더했다. 데이터를 통해 현장의 포인트를 끄집어내고, 현장을 취재한 뒤 데이터에서 다시 특이점을 찾아내는 선순환을 통해 기사의 완성도를 높였다. ‘화주와 정부 입장은 언급 없이 화물차 기사의 시각에서만 기사를 작성했다’ ‘일상에서 불편을 겪는 국민 고충도 다루지 않았다’는 반론 속에 난상토론이 이어졌지만 ‘현실 자체를 아주 잘 보여줬다’ ‘생생한 기사로 탁상공론식 자료에 힘을 붙였다’는 평가가 더해지며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연합뉴스 대구경북취재본부의 <봉화 광산 매몰사고 221시간>이 수상했다. 만 9일 5시간에 걸친 구조 과정 내내 매몰된 두 광부의 가족 곁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기사에 담아내는 등 끈기 있게 현장을 지키며 구출된 광부의 인터뷰까지 성사시킨 점이 돋보였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한라일보가 출품한 <제주의 숨겨진 환경자산 숨골의 비밀> 보도가 호평을 받았다. 기후변화에 따른 제주의 강우패턴 변화와 지하수 오염에 주목한 이 보도는 지하수 오염원이 유입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숨골(용암이 굳을 때 생긴 틈)을 파고들었다. 도내 전문가들과 취재팀을 구성해 숨골을 찾아 다녔고, 집중호우 시 숨골을 통해 지하로 들어가고 있는 지표수를 채취해 수질을 분석했다. 그리고 오염된 지표수가 숨골로 유입된 것을 처음으로 규명하는 데 성공,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제주의 지하수 오염 실태에 경종을 울렸다. 해외 사례까지 추적, 분석하며 후속보도까지 꼼꼼하게 챙긴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사진보도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참사가 앗아간 가족… 이 순간 함께 있다면> 보도가 갑론을박 끝에 수상작으로 뽑혔다. 한겨레신문은 유가족들에게 받은 희생자의 생전 사진을 한국인의 연령별 평균 주름량, 얼굴색 등의 데이터베이스 정보를 활용한 ‘3D 나이 변환 기술’을 통해 현재의 얼굴로 바꾼 뒤 대역 모델과 가족들이 함께 찍은 사진에 이 얼굴을 합성, 현실에서는 찍을 수 없는 가족사진을 완성했다. 의도는 좋지만 ‘보도’와는 거리가 있다, 사진보도 부문이 아니라 기획보도 부문에 출품했어야 했다는 등의 반론이 있었지만 ‘창의적인 일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사진보도의 영역을 넓혔다’ ‘유족에 위로를 줬다’는 호평이 이어지며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2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