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② 단독기획( ○ )
수많은 언론사가 이태원 참사의 시작과 끝을 지켜보며 수천 건의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사고 현장을 담거나 유족을 만나고 참사 원인을 살펴보고 책임 소재를 따지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중 일부는 ‘단독’이라는 문구를 달고 독자들의 시선을 끌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느 언론사도 참사의 본질을 규명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역할, 즉 기록자의 임무에는 충실하지 않았습니다.
참사의 본질을 규명하기 위해 모든 공식 기록은 수집 또는 종합돼야 하며, 그 첫번째 책무는 언론에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수많은 참사를 겪고도 여전히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록물을 제때, 제대로 수집하고 기록하지 않고, 퍼즐의 조각을 방치한 채 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겨레>가 참사를 둘러싼 치열한 보도 경쟁 속에서도, 이태원 참사 기록을 모으고 맞추는 지난한 작업의 첫발을 내딛은 이유입니다.
첫째, ‘이태원 참사 타임라인 그날의 기록’(그날의 기록)을 만들었습니다. 이날 저녁 6시34분, “압사당할 것 같아요”라는 112 첫 신고, 그 뒤 “대형 사고 나기 일보 직전”(밤 9시)이라는 현장의 잇따른 ‘경고와 요청’ 가운데 한번이라도 국가의 ‘응답과 대응’이 제때 이뤄졌다면 어땠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이태원 현장 경찰의 교통 기동대 급파 요청을 용산경찰서가 받아들였다면, 서울청 112상황실 책임자가 규정에 따라 112상황실을 지켰다면, 그리고 참사 직후 소방·경찰 등 재난 지휘 기관들의 ‘보고·지시와 공조’가 일사불란하게 이뤄졌다면, 158명이나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둘째, 시민의 시선으로 기록하는 이태원 참사 그날의 ‘지도’(그날의 지도)을 만들었습니다. 일종의 시민참여형(오픈형) 지도입니다. 이태원 참사 당일인 10월29일 이태원을 방문한 시민 13만여명이 이태원 곳곳에서 찍은 사진과 영상을 모아본다면, 그날을 재구성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 상상력에서 출발했습니다. 2021년 프로퍼블리카가 미국 의사당 난입 사건과 관련해 수많은 사람의 사진과 영상을 모아 시간대별로 구성한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었던 특별 웹페이지가 이 기획의 영감을 주었습니다. 현장에 있던 수만, 수천 명의 시민의 눈으로 참사 직전의 상황을 되짚어보고 기록해보기로 했습니다.
셋째, 이태원 참사 직후 사고 지역 인근의 이태원역 1번 출구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모공간이 됐습니다. 그 누가 먼저 제안하지 않은 곳에 메모지들이 붙기 시작했고, 댓글처럼 이에 호응하는 답변의 메모들이 연달아 붙기도 했습니다. 이 메모엔 유족들의 절절한 고통은 물론 함께 현장에 있던 생존자로서의 죄책감, 동료 시민으로서 2022년에 이런 비극을 다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참담함과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 등이 섞여 있었습니다.
언제든 훼손될 수 있는 이 공간의 목소리를 <한겨레>는 기록하고자 했습니다. 수천개의 메시지를 모두 기록한 뒤 추모하는 이들의 마음을 추려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애도의 기록’이 탄생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그날의 기록’: <한겨레>가 독자적으로 취재한 자료와 더불어 정부의 보도자료, 경찰 등 공무원들의 진술, 소방 무전, 구조 상황 보고서, 112·119 신고 녹취, 국회 요청 자료 등 참사 관련 사실관계가 담긴 서류를 모았습니다.
그 방대한 자료를 장필수, 방준호, 곽진산 기자가 읽고 또 읽으면서 압사 위험을 알린 첫 112신고가 들어온 10월29일 18시34분부터 대통령 대책회의가 열린 10월30일 02시30분까지 8시간 동안 이태원 현장 상황과 국가의 대응을 짧게는 5분, 길게는 10분 단위로 쪼개 정리했습니다. 특정 시간에 특정 기관이 어떤 대응을 했고 어떤 말을 주고받았는지를 총체적이고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엘셀 파일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온오프라인 기사를 쓰고, 46개 장면과 115개의 시점으로 구성된 타임라인을 담은 특별 웹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지면 기사
<한겨레> 11월21일치 1면 10월29일 밤 무슨일이…되짚어본 8시간
8면 “압사당할 것 같아요” 무심히 넘긴 112 신고
8면 “다급한 119 무전기 ”“CPR 대원 모자라, 빨리”
9면 소방, 경찰에 2시간 동안 15차례 지원 요청
9면 재난지휘부 멈춘 사이, 거리엔 주검 쌓여
특별 웹페이지
이태원 참사 타임라인 그날의 기록
: 10월29일 18:34~30일 02:30 첫 압사 경고부터 대통령 재난대책 회의까지
‘그날의 지도’: <한겨레21> 류석우, 이정규 기자는 이태원 참사 이후에 현장에 있던 시민과 상인 등을 취재하면서, 참사 이전에도 수많은 사고의 전조가 있었음을 들었습니다. 취재원들은 본인이 찍어둔 사진이나 영상이 참사의 원인을 밝히는 데 쓰일 수 있다면 써달라고, 어렵게 휴대전화의 기록들을 뒤져 보내주셨습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를 뒤져, 당일 현장 사진과 영상을 올린 100여명에게 일일이 메시지를 보내, 추가로 사진과 영상을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일종의 ‘예고편’에 해당하는 디지털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참사가 발생한 골목 인근의 CCTV 영상과 취재하면서 만난 시민·상인 8명의 사진·영상과 행적도 지도 위에 표시했습니다. 다만 참사 직후 희생자 모습이나 구조 활동이 담긴 기록은 제외했습니다.
지면 기사
<한겨레21> 그날의 ‘조각’을 채워주세요
<한겨레> 11월29일 1면 #10월29일 #이태원 그날의 빈칸 채워주세요
특별 웹페이지
이태원 참사, 잊지 않겠습니다. 기록과 애도에 함께 해주세요.
‘애도의 기록’: 참사 이튿날인 10월30일부터 11월7일까지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남겨진 3584개 메시지를 일일이 촬영했습니다. 개별 메시지에 각기 다른 글씨체로 작성해 남은 메시지를 모두 자동 변환하긴 어려웠던 탓에 고병찬, 곽진산, 박지영, 서혜미, 이우연, 장예지, 장현은, 전광준, 채윤태 기자가 일일이 메모를 타이핑했습니다.
<한겨레> 미디어기획부 테크팀은 이렇게 쌓인 14만8398개 글자를 형태소 분석기를 활용해 문자열을 분류한 뒤, 조사 등을 제외하고 11번 이상 등장하는 단어 275개를 추려내 추모하는 이들의 '마음'을 분석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각각 '유족'과 '생존자'의 관점과 함께 '세월호 세대'의 슬픔까지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지면 기사
<한겨레> 1면 ‘그곳에선 고통 없길…’ 3584개 메시지
8면 다시 이태원 찾은 생존자들 “더 구조 못해 미안합니다”
8면 “얼마나 아팠니”…바람에 몸부림치는 유족·지인의 글
9면 “세월호로 고2 친구 잃고, 26살돼 또 친구 잃었습니다”
특별 웹페이지는 제작중입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그날의 기록’과 ‘그날의 지도’는 독자와 함께 계속 업데이트하며 완성해갈 계획입니다. 당일 현장에 있던 시민들이 사진과 영상을 보내주고 있어 이 자료들을 모아 그날의 지도에 더해질 예정입니다. ‘그날의 기록’도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거나 정부가 제공한 초기 자료에 오류가 있을 경우 계속 수정하고 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그날의 기록’과 ‘그날의 지도’ 특별페이지가 공개된 뒤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못지 않게 잘 정리가 됐다”, “참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접했습니다. 아울러 기자협회보에선 한겨레 기록 기획를 “참사가 터질 때마다 언론에 대한 비판도 자연스레 따라붙는 요즘이지만, 그 한쪽에선 묵묵히 사실의 조각을 모아나가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하는 기사를 썼습니다.(12월6일 또 다른 '이태원 참사' 없도록… 사실의 조각 모아 기록)
‘애도의 기록’은 이태원역 1번 출구 메시지를 단편적으로 보도했던 다른 언론들과 분명한 차별을 보여줍니다. 메시지를 데이터화해 추모객의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마음을 포착했습니다. 일반적인 관사 등을 제외하면 '부디'(576건), '마음'(371건), '꿈'(227건), '청춘'(127건) 등의 단어가 젊은 청춘들의 스러진 삶을 안타까워하며 하늘에서 부디 편안하길 비는 마음이 데이터로도 드러난 것입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그날의 기록’과 ‘그날의 지도’는 훗날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증거로 사용될 것이라는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겨레21>이 기록을 토대로 보도했던 기사들이 세월호 재판에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 말입니다.
‘애도의 기록’은 연구자료로 쓰일 예정입니다. 세월호 이후 시민들의 추모 방식을 연구하고 논문을 발표했던 한 대학 교수가 이태원 참사 메시지 자료를 공유받을 수 있느냐고 요청해왔습니다. 이번 참사에서도 시민들이 어떻게 추모했는지 후속 연구를 하고 싶다는 취지였습니다. 특별 웹페이지가 오픈한 뒤 관련 자료를 공유할 예정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사내 기획상에 상신돼 내부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87회 전체 총평
제387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11개 부문에 84편이 출품됐고 이 중 5개 부문에서 수상작이 1편씩 나왔다. 취재보도 1부문(정치·사회)에는 11개 부문 가운데 평소처럼 가장 많은 21편이 출품됐지만 이례적으로 수상작이 없었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연합인포맥스의 <흥국생명,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 시장 신뢰 하락> 보도가 선정됐다. 흥국생명이 5년 전 글로벌 시장에서 발행한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연합인포맥스 보도 이후 채권시장은 요동을 쳤다. 평판 리스크를 감내하면서까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한 흥국생명의 재정 상태에 대한 의구심부터 외화 조달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부터 채권시장은 큰 타격을 받아온 데다 싱가포르거래소에 올라온 ‘공시’를 기사화한 작품에 상을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소수의견도 있었지만 흥국생명의 경우 금액이 워낙 컸고, 보도 이후 당사자와 당국의 움직임까지 심도 있게 다뤘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시사IN의 <화물차를 쉬게 하라>가 선정됐다. 화물차 약 4만대의 방대한 샘플을 분석해 화물차 기사들의 노동시간과 공간을 꼼꼼하게 살펴본 이 기사는 ‘데이터 분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화물차 기사를 24시간 이상 동행 취재하며 데이터에 ‘현장’을 더했다. 데이터를 통해 현장의 포인트를 끄집어내고, 현장을 취재한 뒤 데이터에서 다시 특이점을 찾아내는 선순환을 통해 기사의 완성도를 높였다. ‘화주와 정부 입장은 언급 없이 화물차 기사의 시각에서만 기사를 작성했다’ ‘일상에서 불편을 겪는 국민 고충도 다루지 않았다’는 반론 속에 난상토론이 이어졌지만 ‘현실 자체를 아주 잘 보여줬다’ ‘생생한 기사로 탁상공론식 자료에 힘을 붙였다’는 평가가 더해지며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연합뉴스 대구경북취재본부의 <봉화 광산 매몰사고 221시간>이 수상했다. 만 9일 5시간에 걸친 구조 과정 내내 매몰된 두 광부의 가족 곁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기사에 담아내는 등 끈기 있게 현장을 지키며 구출된 광부의 인터뷰까지 성사시킨 점이 돋보였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한라일보가 출품한 <제주의 숨겨진 환경자산 숨골의 비밀> 보도가 호평을 받았다. 기후변화에 따른 제주의 강우패턴 변화와 지하수 오염에 주목한 이 보도는 지하수 오염원이 유입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숨골(용암이 굳을 때 생긴 틈)을 파고들었다. 도내 전문가들과 취재팀을 구성해 숨골을 찾아 다녔고, 집중호우 시 숨골을 통해 지하로 들어가고 있는 지표수를 채취해 수질을 분석했다. 그리고 오염된 지표수가 숨골로 유입된 것을 처음으로 규명하는 데 성공,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제주의 지하수 오염 실태에 경종을 울렸다. 해외 사례까지 추적, 분석하며 후속보도까지 꼼꼼하게 챙긴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사진보도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참사가 앗아간 가족… 이 순간 함께 있다면> 보도가 갑론을박 끝에 수상작으로 뽑혔다. 한겨레신문은 유가족들에게 받은 희생자의 생전 사진을 한국인의 연령별 평균 주름량, 얼굴색 등의 데이터베이스 정보를 활용한 ‘3D 나이 변환 기술’을 통해 현재의 얼굴로 바꾼 뒤 대역 모델과 가족들이 함께 찍은 사진에 이 얼굴을 합성, 현실에서는 찍을 수 없는 가족사진을 완성했다. 의도는 좋지만 ‘보도’와는 거리가 있다, 사진보도 부문이 아니라 기획보도 부문에 출품했어야 했다는 등의 반론이 있었지만 ‘창의적인 일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사진보도의 영역을 넓혔다’ ‘유족에 위로를 줬다’는 호평이 이어지며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2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