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심층 기획)
올 여름 낙동강은 지독한 녹조에 시달렸다. 강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녹조독성물질이 검출됐다. 청산가리보다 200배나 강한 독성물질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고도정수처리를 마친 수돗물은 문제없다는 앵무새같은 입장만 되풀이했다. 강은 썩어 가는데, 정부는 무관심했다. 낙동강에서는 헛구역질이 올라올 정도로 악취가 진동했다. 녹조 사태를 단순히 몇 차례 보도하고 끝낼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녹조가 이렇게 심한데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은 괜찮을까? 녹조가 단순히 수돗물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취재팀은 지난 여름부터 넉 달 동안 환경단체 등과 함께 녹조는 물론이고 낙동강의 오염실태와 부산경남의 식수원이 얼마나 위협받고 있는지 취재를 이어왔다.
2. 보도제작경위
<쌀에서도 녹조독성물질이?>
취재진이 낙동강 중하류인 경남 양산을 방문했을 때, 강은 물론이고 논으로까지 녹조물이 흘러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농민들은 농사를 짓기 위해 강물을 끌어 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지하수도 없는 지역이었다. 농민들은 과연 녹조 물로 농사를 지어도 되는지 걱정이 많았다.
취재팀은 낙동강 유역 4곳에서 수확한 쌀을 구해 부경대 연구팀에 분석을 의뢰했고, 쌀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60kg 성인이 이 쌀로 하루 300g을 먹는다고 가정하고 계산해봤더니, 프랑스 생식독성 기준의 4.9배나 높은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녹조는 물 뿐만 아니라 이제 우리의 먹거리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었다.
<강이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
녹조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은 간과 신장은 물론 생식기능에까지 악영향을 끼친다. 심지어 공기에서도 녹조 독성물질이 검출됐다. 특히 수돗물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마이크로시스틴은 300도 이상일 때 분해된다. 일반 가정에서 아무리 물을 끓여도 사라지지 않는다. 취재진은 국,내외 논문 사례를 통해 녹조가 사람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심층 조명했다. 중국에서는 불임클리닉을 찾은 남성의 정액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고, 우리나라와 미국에서는 녹조와 간질환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녹조 독은 끓여도 사라지지 않는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청산가리보다 200배나 강한 독성물질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의 경우 아직까지 국내 기준이 없다. 취재진이 확인한 WHO 기준은 1ppb, 즉 10억분의 1만 있어도 위험하다는 의미다. 녹조가 심한 미 캘리포니아주는 0.03ppb로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었다. 극소량이라도 치명적인 만큼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었다.
<녹조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경남 창원에 사는 박세은 씨는 평범한 가정주부다. 하지만 지난 9월 이후로 세은 씨의 일상이 바뀌었다. 집 수도필터에서 녹색 이물질이 발견된 이후부터다. 수도필터에서 나온 녹색 이물질은 마이크로시스틴을 만드는 남세균이었다. 세은 씨는 아이들을 씻길 때나, 쌀을 씻을 때, 설거지를 한 식기류를 헹굴 때도 생수를 사용하고 있었다. 일주일에 2리터짜리 생수 수 십 통을 쓴다고 했다. 멀게 만 느껴졌던 녹조문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었다.
<독은 더 있다>
낙동강의 오염문제는 비단 녹조 뿐만이 아니다. 취재진은 부산수질연구소와 함께 대구경북 등 낙동강 중상류에 있는 하수처리장 방류수를 조사했다. 방류수에서는 과불화화합물이나 1,4다이옥산 등 특정수질유해물질까지 검출됐다. 특정수질유해물질은 오염물질 중에서도 사람의 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주는 물질이다. 종류만 납과 비소, 1,4 다이옥산 등 30여 가지가 넘는다.
특히 특정수질유해물질의 경우 하수종말처리장 등에서의 방류수 기준이 없었다. 생활하수를 정화하는 곳이다 보니, 특정수질유해물질을 정화하는 공정이 없었다. 특히 하수처리장의 방류수 기준은 질소와 인 등 7가지 항목만 있었고, 30여 가지에 이르는 특정수질유해물질의 방류수 기준은 전무했다.
<녹조 유발 오염물질이 6급수 기준의 11배?>
취재진은 대구경북 등 낙동강 중상류의 오염실태를 추적했다. 낙동강 지천인 대구 대명천과 금호강 주변을 돌며 오염원이 어디서 흘러드는지 살펴봤다. 무엇보다 합류식 하수관거가 문제였다. 합류식 하수관거는 빗물과 오수가 함께 흐르도록 설치한 관로를 뜻한다. 평상시에는 하수가 관로를 통해 종말처리장으로 흘러들어가지만 비만 오면 빗물과 함께 오수가 넘치면서 강으로 흘러들어가기 일쑤였다.
취재진이 직접 물을 떠서 분석을 의뢰했더니, 녹조를 일으키는 질소와 인이 대량으로 나왔고 특히 인의 경우 금호강은 6급수 기준보다 7배, 대명천은 11배나 높았다. 한마디로 똥물이나 다름없었다.
<한강과 비교해본 낙동강은?>
한강과 낙동강은 상수원의 성격 자체가 달랐다. 한강은 댐 물을 상수원으로 쓰고 있는 반면 낙동강은 강물을 상수원으로 쓰고 있다. 특히 낙동강 하류의 경우 중상류에서 배출한 하수를 정수해서 쓴다. 한강과 낙동강은 사업장 수와 폐수 배출량에 있어서도 두 배 정도 차이가 있었다. 그나마 수질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는 한강 유역에 대한 취재도 이어갔다. 한강 팔당댐 유역의 경우 상수원 보호구역에, 수질보전 특별대책 권역까지, 여러 규제가 적용되고 있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특이사항 없음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여름철 녹조가 창궐했다는 소식에 주요 언론들도 일제히 보도를 하기 시작했다. 취재진은 여름철 일회성 보도에 그치지 않았고, 녹조가 우리 일상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사람의 건강에는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 심층 조명했다. 녹조를 일으키는 오염물질인 질소와 인 등이 어떻게 강으로 흘러드는지, 하수처리장에서 배출되는 특정수질유해물질의 문제 등 낙동강의 전반적인 오염실태를 추적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녹조는 더 이상 낙동강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가 먹는 농작물은 물론이고, 심지어 공기에서도 녹조독성물질이 나오고 있었다. 이번 보도를 통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녹조의 심각성을 조명하고, 멀게만 느껴졌던 낙동강의 문제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는 시민들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냈다.
낙동강은 태백에서 낙동강하굿둑까지, 길이만 1300리에 이른다. 낙동강은 영남권 주민들의 식수원이자 젖줄이다. 이번 보도 이후 지역에서는 낙동강 물 문제 해결을 위한 각종 토론회가 이어졌다. 환경단체에서도 환경부에 녹조 등 낙동강 오염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7. 기타 고려사항
낙동강 물 문제 해결을 위해 부산시와 은산해운항공 등 지역사회 제작지원금으로 제작됐음.
회차 심사평
제387회 전체 총평
제387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11개 부문에 84편이 출품됐고 이 중 5개 부문에서 수상작이 1편씩 나왔다. 취재보도 1부문(정치·사회)에는 11개 부문 가운데 평소처럼 가장 많은 21편이 출품됐지만 이례적으로 수상작이 없었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연합인포맥스의 <흥국생명,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 시장 신뢰 하락> 보도가 선정됐다. 흥국생명이 5년 전 글로벌 시장에서 발행한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연합인포맥스 보도 이후 채권시장은 요동을 쳤다. 평판 리스크를 감내하면서까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한 흥국생명의 재정 상태에 대한 의구심부터 외화 조달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부터 채권시장은 큰 타격을 받아온 데다 싱가포르거래소에 올라온 ‘공시’를 기사화한 작품에 상을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소수의견도 있었지만 흥국생명의 경우 금액이 워낙 컸고, 보도 이후 당사자와 당국의 움직임까지 심도 있게 다뤘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시사IN의 <화물차를 쉬게 하라>가 선정됐다. 화물차 약 4만대의 방대한 샘플을 분석해 화물차 기사들의 노동시간과 공간을 꼼꼼하게 살펴본 이 기사는 ‘데이터 분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화물차 기사를 24시간 이상 동행 취재하며 데이터에 ‘현장’을 더했다. 데이터를 통해 현장의 포인트를 끄집어내고, 현장을 취재한 뒤 데이터에서 다시 특이점을 찾아내는 선순환을 통해 기사의 완성도를 높였다. ‘화주와 정부 입장은 언급 없이 화물차 기사의 시각에서만 기사를 작성했다’ ‘일상에서 불편을 겪는 국민 고충도 다루지 않았다’는 반론 속에 난상토론이 이어졌지만 ‘현실 자체를 아주 잘 보여줬다’ ‘생생한 기사로 탁상공론식 자료에 힘을 붙였다’는 평가가 더해지며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연합뉴스 대구경북취재본부의 <봉화 광산 매몰사고 221시간>이 수상했다. 만 9일 5시간에 걸친 구조 과정 내내 매몰된 두 광부의 가족 곁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기사에 담아내는 등 끈기 있게 현장을 지키며 구출된 광부의 인터뷰까지 성사시킨 점이 돋보였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한라일보가 출품한 <제주의 숨겨진 환경자산 숨골의 비밀> 보도가 호평을 받았다. 기후변화에 따른 제주의 강우패턴 변화와 지하수 오염에 주목한 이 보도는 지하수 오염원이 유입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숨골(용암이 굳을 때 생긴 틈)을 파고들었다. 도내 전문가들과 취재팀을 구성해 숨골을 찾아 다녔고, 집중호우 시 숨골을 통해 지하로 들어가고 있는 지표수를 채취해 수질을 분석했다. 그리고 오염된 지표수가 숨골로 유입된 것을 처음으로 규명하는 데 성공,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제주의 지하수 오염 실태에 경종을 울렸다. 해외 사례까지 추적, 분석하며 후속보도까지 꼼꼼하게 챙긴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사진보도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참사가 앗아간 가족… 이 순간 함께 있다면> 보도가 갑론을박 끝에 수상작으로 뽑혔다. 한겨레신문은 유가족들에게 받은 희생자의 생전 사진을 한국인의 연령별 평균 주름량, 얼굴색 등의 데이터베이스 정보를 활용한 ‘3D 나이 변환 기술’을 통해 현재의 얼굴로 바꾼 뒤 대역 모델과 가족들이 함께 찍은 사진에 이 얼굴을 합성, 현실에서는 찍을 수 없는 가족사진을 완성했다. 의도는 좋지만 ‘보도’와는 거리가 있다, 사진보도 부문이 아니라 기획보도 부문에 출품했어야 했다는 등의 반론이 있었지만 ‘창의적인 일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사진보도의 영역을 넓혔다’ ‘유족에 위로를 줬다’는 호평이 이어지며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2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