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공권력 오남용 사건의 피해자에게 경찰과 검찰, 재심 재판부 등 조직 차원에서 유감을 표명하는 경우는 드물게 있었지만, 실제 잘못된 처분에 관여했던 검사 개인이 피해자를 직접 만나 공식적인 사과를 전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약촌오거리 사건’ 누명으로 1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최군이 재심 무죄 선고 후 국가와 수사 경찰, 검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진범을 풀어줬던 김훈영 검사가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최군도 김 검사의 사과를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한국 검찰 역사상 처음 있었던 아름다운 장면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개적인 사과의 형식으로 알린다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석 달 동안 한국일보와 피해자를 대리한 박준영 변호사는 김훈영 검사를 설득했습니다. 김 검사의 입장에서는 검찰 조직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라 부담이 컸고, 가족과 지인들로부터 받게 될 비난도 두려워했습니다.
그러나 이제껏 한 번도 없었던 ‘진솔하게 사과하는 검사’의 모습이 검찰 조직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용기 있는 행동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설득했습니다. 결국 김 검사의 진심 어린 사과와 고백을 들을 수 있었고, 그를 용서한 최군의 뜻도 확인했습니다. 김훈영 검사의 눈물을 통해 ‘사과와 반성,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사과 한 번 없던 약촌오거리 책임자들
“검사는 (민사상) 책임은 없다고 하면서도 법정에서 유감 표시는 했다. 하지만 경찰반장은 아직도 최군이 진범이고 말하고 형사보상금을 환수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한다.”
지난해 1월 13일 ‘약촌오거리 사건’의 누명 피해자 최군이 낸 국가배상소송의 1심 선고 기일. 일부 승소 판결을 막 받아든 직후였지만, 최군을 대리하는 박준영 변호사는 기자들과의 백 브리핑에서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사과는커녕 책임조차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모 경찰반장의 태도를 비판한 것이었습니다.
그날 기사 작성 후 언론 보도와 법조인 대관을 통해 찾아보니, 소송을 당한 김훈영 검사는 여전히 현직에 있으며 강압수사를 벌였다는 경찰은 퇴직 후 지역 시의원까지 출마한 걸 알게 됐습니다. 피해자가 1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뒤늦게서야 법적 구제를 받으려고 분투하는 동안, 원인 제공에 일조한 당사자들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만 그날 ‘검사가 유감 표명을 했다’는 말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박 변호사는 피해자가 원하는 건 진정한 사과와 그를 통한 치유였고, 그게 ‘회복적 사법’이라고 말했습니다. 검사는 미안함을 밝히면서도 현직 신분이라 행동에 제약이 많았습니다.
▦용기를 내 마주한 김훈영 검사와 최군
본격 취재에 들어간 건 지난해 8월부터입니다. 8월 중순경 김훈영 검사가 직접 최군이 살고 있는 전주로 찾아가 사과의 뜻을 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두 사람이 2시간가량 마주해 해원의 시간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재판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변호인을 통해서 미안한 마음을 전해온 김 검사의 모습에 최군도 진정성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과오를 깨끗하게 인정하고, 또 공권력의 수행자이자 동시에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처분으로 고통받았던 피해자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전했다는 이야기를 통해 책임감 있는 검사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울러 원망스러울 수도 있는 김 검사를 만나 용서한 최군의 결단도 존경스러웠습니다.
이에 김훈영 검사가 전한 사과의 뜻과 최군의 용서 메시지를 함께 전하는 기획을 구상하게 됐습니다. 김 검사가 이미 최군을 만나 사과를 했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기사화하도록 설득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한국일보가 제안한 기사의 취지에 박준영 변호사는 적극 공감했습니다. 한국일보 기자와 박 변호사는 김 검사를 만나 이 같은 의사를 전달하며 인터뷰에 응해줄 것을 적극적으로 설득했습니다.
김훈영 검사와 최군의 만남을 보도하기로 결정된 이후에도 기사화 방식을 두고서 김 검사 및 최군 측과 여러 조율이 이뤄졌습니다. 김 검사가 직접 사과의 뜻을 밝히는 글을 기고할 지,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할 지, 사진과 실명을 공개할지 여부 등을 논의했습니다.
최종적으로 현직 검사 신분인데다, 당사자로서는 큰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슈이기에 얼굴은 공개하지 않되 이름을 공개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김 검사의 사과 못지않게 이를 받아들인 최군의 결정도 높이 평가할 필요가 있어, 최군 측의 답신도 함께 기사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사과와 용서’에 이어진 응원과 후일담
준비했던 기사는 크게 상편과 하편으로 나눠 보도했습니다. 상편에서는 김훈영 검사 인터뷰와 함께 약촌오거리 사건의 스토리와 당시 사건에 관여했던 검사, 경찰, 법관 등 책임자들이 현재 어떤 지위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추적해 보도했습니다. 상당수가 여전히 현직 공직자 신분이거나 대형 로펌의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하편에서는 최군을 대신하여 박준영 변호사가 쓴 화해의 메시지가 담긴 기고문을 실었습니다.
-[단독] 늦었지만 용기 낸 검사의 사과 “당신의 억울함 밝혀주지 못해... 미안합니다”(12월 13일 1면·6면)
-[단독] 살인 누명 소년의 잃어버린 10년… 책임자들, 반성도 사과도 없었다(12월 13일 7면)
-"김훈영 검사의 용기 응원합니다, 용서합니다"(12월 14일 8면)
이후에도 본보 법조팀은 ‘사과와 용서’ 보도에 대한 법조계 안팎의 반응을 비롯해, 여러 후속 보도를 이어왔습니다.
최군 측은 김훈영 검사의 공개 사과 직후인 15일,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3차 변론 기일에 한국일보 보도 내용을 서면 증거로 제출하면서 “김훈영 검사의 노력과 진정성이 평가받길 원한다”며 소송 취하의 뜻을 밝혔습니다.
-약촌오거리 피해자, 김훈영 검사와 화해…경찰은 여전히 책임 회피(12월 15일)
해당 보도가 나온 이후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용기 있는 일이었다” “인권과 법치주의의 중요성을 일깨웠다”는 등의 메시지를 밝혔고, 이 역시 기사화하였습니다.
-박범계 '약촌오거리 사건' 사과한 김훈영 검사에 “용기 있는 일”(12월 13일)
-[단독] 김오수 검찰총장 “김훈영 검사 '약촌오거리 사건 사과' 높게 평가”(12월 16일 10면)
아울러 약촌오거리 사건 진범을 체포해 기소하고 법적 책임을 묻기까지 살인죄의 공소시효 폐지 법안, 이른바 ‘태완이법’의 공포 시점이 관건이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게 됐고, 이 과정에서 ‘숨은 조력자’ 역할을 했던 서효원 교수의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또한 직접 증거도 없이 16세 최군에게 중형을 선고했으면서도, 사과하지 않은 판사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는 기사도 작성했습니다.
-그가 없었다면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진범 단죄 못했다(12월 22일 24면)
-검사가 사과한 '약촌오거리' 사건... 징역 15년 당시 판결문은 고작 4쪽(1월 7일 10면)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익명으로 보도한 취재원은 없으며, 인터뷰이인 김훈영 검사는 당사자의 요청에 따라 2차 피해 우려 등에 공감하여 실명은 공개하되 얼굴 사진은 따로 쓰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보도와 관련해 참고한 선행보도는 없었습니다.
12월 13일 첫 보도 이후 김훈영 검사의 사과 내용을 보도하거나, 칼럼 등을 통해 한국일보 인터뷰 기사 제목·내용 등을 직접 인용한 매체들이 여러 곳 있었습니다.
-12월 13일/ SBS/ 스브스레터 이브닝 (12/13) : 검사의 사과 vs 판사의 호통
-12월 13일/ KBS/ 현직 검사, 약촌오거리 사건 누명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
-12월 13일/ 전북일보/ ‘약촌오거리 진범 무혐의 검사’ 사과… 검경 사과 이어질지 관심
-12월 14일/ JTV 전주방송/ "진실 못 밝혀 미안합니다" 사과한 검사
-12월 20일/ 전북일보/ 검사의 사과와 사회의 품격
-12월 24일/ 오마이뉴스/ 윤석열은 왜 사과를 모를까 [조성식의 통찰]
-12월 27일/ 한겨레/ 김훈영 검사와 조기룡 전 검사
아울러 12월 15일 최군 측은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 3차 변론기일에서 한국일보 인터뷰 기사를 서면 증거로 제출하며 소송 취하 의사를 밝혔습니다. 김훈영 검사의 사과와 최군 측의 소송 취하 결정에 대해서도 다수 매체가 보도했습니다.(연합뉴스 뉴시스 뉴스1 SBS 중앙일보 KBS 국민일보 조선비즈 MBC YTN 조선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등)
첫 보도일인 12월 13일 박범계 장관이 김훈영 검사의 사과에 대해 한 발언에 대해서도 여러 매체(더팩트 아주경제 뉴스토마토 전라일보 전북일보 등)에서 보도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사과와 반성, 용서와 화해’ 보도는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냈습니다. 준사법기관인 검사가 자신의 과오에 대해 처분 책임자로서 진지하게 반성하고, 또 한 명의 인간으로서 피해자에게 진솔한 사과를 전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독자들이 대다수였습니다.
독자들은 한국일보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검사가 사과하는 모습을 응원한다” “양심이 살아있는 검사님이다” “실수를 인정하는 게 그들의 리그에선 힘들 텐데, 박수를 보낸다”는 메시지를 전해왔습니다. 또한 최군에 대해서도 “사과한 검사도 훌륭하지만, 그를 용서한 최군이 더 훌륭하다”면서 응원 메시지와 함께 감동을 받았다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검찰 안팎에서도 큰 반향이 있었습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첫 보도를 한 12월 13일 “(검사 개인이 과오에 대해 사과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인 것 같다. 검찰의 조직문화가 변화하고 있다는 좋은 예”라고 평가했습니다. 김오수 검찰총장 역시 15일 “인권과 법치주의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검찰이 국민 중심으로 맡은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서도 “검찰의 일원으로서 김 검사님의 사과에 동참하고, 그와 같은 아픈 과거가 다시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사건 하나하나를 더 깊게 살펴보도록 노력하겠다”는 등 검찰 구성원으로서 자성과 응원이 담긴 검사·수사관들의 댓글이 100여 개 이상 달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제도를 바꾼 것은 아니지만, 향후 ‘반성하고 책임지는 공권력’의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김훈영 검사의 용기 있는 결정을 보고서 ‘늦었지만 나도 사과하고 싶다’는 검사들이 한국일보에 사과의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후속 보도를 통해 기사화할 예정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외부 지원은 받지 않았습니다. 보도 당사자의 반론 요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 신청 사실도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76회 전체 총평
제376회 이달의 기자상은 당초 총 9개 부문 87편의 출품작 중 8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달에는 취재 접근 방식이나 내용, 방향 등에서 참신하고 우수한 작품들이 대거 출품돼 그 어느 때보다 수상작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의 경우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내용면에서나 취재과정, 사회적 파급력 등에서 수준 높은 뛰어난 작품들이 많아 심사과정에서 경쟁이 치열했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17편의 출품작 중에서 경합 끝에 연합뉴스의 <2022 수능 생명과학Ⅱ 출제 오류와 부실검증 의혹> 보도와 YTN의 <김건희 허위 이력 확인 및 인터뷰> 보도가 공동 수상작으로 뽑혔다. 연합뉴스 보도는 당초 문제가 없다는 교육당국의 부실검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처음 보도해 사회적 관심을 유발했으며 전문적이고 어려운 영역을 열심히 취재해 자칫 그대로 넘어갈 수 있는 오류를 집중적으로 파헤쳐 여론형성에 기여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YTN 보도는 단순히 사실 전달에 그치지 않고, 이력의 진위 여부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확인 보도함으로써 보기 드문 깔끔한 취재라는 평이 주류를 이뤘다.
취재보도2부문에서는 연합뉴스의 <‘조선인 강제노역’ 사도광산 세계유산 일본 후보로 유력> 보도가 최종 선정됐다. 특히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에 대해 기자 역량의 집요함이 유감없이 발휘된 수작으로 인정받았다.
경제보도부문의 경우 출품작 7편 중 서울신문의 <시세차익 노린 한일 간 암호화폐 환치기 실태>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사실 시중에 떠도는 내용을 입체적으로 취재해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기는 쉽지 않은데 구체적인 통계와 충실한 취재내용을 토대로 다양한 취재접근 방식을 통해 객관적 실체를 가려낸 점이 돋보였다는 평이다.
총 13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선 한국일보의 <제로웨이스트 실험실> 보도와 서울신문의 <벼랑 끝, 홀로 선 그들-2021년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보도, 한겨레신문 <2030 지구의 미래 글래스고를 가다-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보도 3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제로웨이스트 실험실>은 주제를 비롯해 취재 방식, 접근 방향 등이 매우 독창적이었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환경문제와 직결된 폐기물정책의 문제점을 일상생활 속에서 찾아 독자들에게 생활 속 환경보호 실천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줌으로써 큰 사회적 반향을 이끌어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벼랑 끝, 홀로 선 그들> 보도는 성 정체성이 결정되는 청소년기에 주목해서 새로운 화두를 던져줬다는 점이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또 단순한 상황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고, 나아가 관련 제도의 개선 움직임을 이끌어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배경이 됐다.
<2030 지구> 보도는 짧은 기간에 깊이 있는 관련 기사를 다양한 취재기법을 통해 쏟아냈으며 해외 언론들도 해당 기사를 많이 받았을 만큼 영향력이 높은 점이 주목을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선 YTN의 <탐사보고서 ‘기록’ 3D 프린터와 암> 보도가 수상했다. 상당수 심사위원들로부터 주변에 흔한 용품임에도 처음 보는 신선한 소재인 데다 내용마저 매우 충격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을 만큼 깊이 있고 완성도 높은 수작이라는 데 별 이견이 없었다. 일부 심사위원은 해당 기사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평소 위험성을 감지하지 못한 다양한 소재를 찾아 위험성을 부각시키는 한편 제도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추가 보도가 있었으면 하는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