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② 단독기획( ∨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지난 6월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이 올라왔습니다. “시민이 화장실에서 밥 먹는 나라에서, 선진국이며 4차 산업이 다 무슨 소용입니까.” 청소노동자의 반복된 죽음, 그 이유가 무엇인지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서울대 청소노동자 휴게실에 에어컨도 창문도 없다는 문제는 앞서 2019년 8월 공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이후 널리 보도됐습니다. 저희는 기업, 공공기관, 백화점, 공공시설 등 청소노동자를 쉽게 볼 수 있는 다방면의 시설을 찾아갔습니다. 어느 건물에나 있는 청소노동자. 매일 쓸고 닦고는 사라지는 이들. 도대체 어디에 숨는 걸까요.
취재 범위를 넓혔습니다. 경비노동자, 방문노동자, 백화점·면세점 판매 노동자, 학교 급식노동자, 학교 청소노동자를 만났습니다. 두 달간 서울과 경기권의 현장 노동자 휴게실을 찾아갔습니다. 취재원 보호가 필요해 기자가 직접 가지 못한 곳은 전화 인터뷰와 노동자가 대신 찍은 사진으로 갈음했습니다. 민주노총 등 노동조합의 도움도 받았습니다.
현실은 생각보다 더 심각했습니다. 많은 아파트 단지 경비 노동자들이 초소 뒤편 화장실을 부엌과 겸용해서 쓰고 있었습니다. 비좁은 화장실, 변기 옆에 전기밥솥과 전자레인지를 뒀습니다. 손을 씻는 세면대에서 밥그릇을 씻습니다.
어떤 경비 노동자들은 1년 365일을 어두운 지하에서 쉽니다. 천장에는 배관이, 벽에는 곰팡이가 늘어져있습니다. 각 세대에서 물 내리는 소리가 귓전을 때립니다. 고장 난 냉장고, 오래된 침대 모두 주민이 내다 버린 집기입니다. 쥐가 넘어오지 못하게 문턱에는 널빤지를 덧대었습니다.
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은 허리도 펼 수 없는 공간에서 쉽니다. 천장까지의 높이는 고작 1m50cm입니다. 휴게실에서는 항상 고개를 숙이고 다녀야 합니다. 여름에는 빗물이 들이치고, 겨울에는 코끝이 시린 1평 남짓한 휴게공간. 두 명이 눕기는커녕 마주 앉아 밥을 먹기도 힘듭니다. 여전히 화장실 한 칸에 ‘고장’ 팻말을 걸어두고 숨죽인 채 쉬는 청소노동자들도 있습니다.
방문서비스 노동자들은 말 그대로 쉴 곳이 없습니다. 각자 배송 지역으로 떠나기 전 대형마트 주차장 바닥에 쭈그려 앉아 커피를 마시고 담소를 나눕니다. 차량이 오가는 주차장. 이곳이 이들의 출근지이자 휴게실입니다. 물류창고로 출근하는 이들은 차량용 등유가 적재된 공간에 난방 기구를 두고, 눈치를 보며 옆 주유소 화장실을 빌려 쓰는 게 현실입니다. 백화점과 면세점 판매 서비스 노동자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그나마 있던 휴게공간이 사라져버렸습니다. 비상계단에 앉아 한기 가득한 벽에 몸을 기댑니다.
열악한 휴게공간은 노동자의 건강, 나아가 생명을 위협합니다. 지난해 6월 휴게실 벽에 걸린 옷장이 학교 급식 조리사를 덮쳤습니다. 4명이 다쳤습니다. 그중 한 명은 중상을 입고 하반신이 마비됐습니다. 바닥에 있어야 할 옷장이 왜 벽에 달려있었을까요. 공간이 좁아서입니다. 3.636㎡(1.1평)을 9명이, 2.314㎡(0.7평)을 5명이 쓰는 학교도 있습니다. 여전히 급식 노동자들은 머리 위에 아슬아슬하게 달려 있는 가구를 보면서 동료에게 일어난, 나에게도 일어날지 모르는 사고를 두려워합니다.
지난 7월 사업장에 노동자 휴게공간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점은 희소식입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노동자들은 휴게실이 있어도 쓰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모르는 불안정한 고용 상태, 원청이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하청업체 소속과 맞물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쉬라’는 이들을 향한 사회의 시선 때문입니다. 노동단체에서 요구하는 Δ휴게시설 설치 전 사업장 적용 Δ휴게실 최소 면적 1인당 2㎡ 보장 Δ실효성 있는 공용 휴게실 마련 Δ휴게실 설치 관련 노조와 합의 명시 등은 아직 풀리지 않은 숙제입니다.
1인당 2㎡(0.6평). 헌법재판소가 본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할 만큼 좁은 공간’의 기준입니다. 위생적인 공간에서 밥 먹을 권리 역시 인간의 존엄성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자식한테 신세 안 지려고 이거라도 하는 건데. 세상이 힘드네요.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열심히 살지나 말 걸.”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어려운 일이 아닌데, 그 작은 변화의 시작은 이다지도 어렵습니다. 쿠키뉴스 특별취재팀에서는 우리 이웃이 사람답게 쉬는 날이 오기까지, 노동자 휴게공간과 관련해 후속 보도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취재원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고용상황에 있는 노동자들이라는 주제의 특성 때문에 대부분의 당사자를 익명으로 보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기자들이 최대한 현장을 찾아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취재원들도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취재의 취지에 동의해 자신들의 휴게 공간을 기자들에게 공개해 주었습니다. 불이익을 우려하는 취재원을 위해서는 전화인터뷰로 갈음하였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없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지난 21년 10월부터 두 달 동안 아파트, 학교, 거점 사무·휴게실 등 20여 곳을 방문해 직접 취재했습니다. 또 직접 취재가 어려운 백화점, 면세점 등은 취재원의 도움을 받아 사진 등 현장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열악한 환경을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360도 3D 카메라를 적극 사용했습니다. 독자들이 마우스를 이용해 직접 좁은 휴게공간 내부를 살펴보는 인터랙티브 이미지를 기사에 실었습니다. ‘내가 이런 공간에서 쉰다면?’이라는 기분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실제 열악한 휴게실 안에 있는 것 같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쿠키뉴스는 그동안 또 ‘인재’…휴게실 옷장 떨어져 하반신 마비 (쿠키뉴스 2021.06.11. 보도), “내 휴게실은 창고 바닥입니다” 노동자들 입 열었다 (쿠키뉴스 2021.10.13. 보도), “휴게 시간 요구했더니…계약만료 통지서가 날아왔습니다” (쿠키뉴스 2021.11.10. 보도), 새벽부터 쓸고 닦고...병원 청소노동자 쉴 곳은 계단·창고뿐 (쿠키뉴스 2021.11.17. 보도), “폐암 발병률 24배” 학교 급식실에서 무슨 일이(쿠키뉴스 2021.12.02. 보도) 기사를 꾸준히 보도하며 현장 노동자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전달해왔습니다. 현장 노동자 휴게 시설의 필요성과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시리즈물을 기획했습니다.
열악한 노동자 휴게실에 대한 보도는 있었지만 노동자의 시선에서 구석구석 살핀 보도는 많지 않았습니다. 기존에 보도됐던 청소, 경비 노동자에 그치지 않고 학교 급식실 노동자, 백화점·면세점 판매 노동자, 방문서비스 노동자 휴게실도 조명했습니다. 특히 이번 취재는 360도 카메라를 사용해 생생한 현장감을 더했습니다.
대부분의 뉴스 소비가 이뤄지는 포털사이트에서 360도 인터랙티브 사진을 활용할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체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등 SNS를 적극 활용해 독자에게 다가갔습니다.
이후 타사에서도 노동자 휴게실에 대한 내용을 조명하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해당 보도와 관련하여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를 표절한 사실이 없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022년 8월부터 노동자 휴게실 설치가 의무화됐습니다. 그러나 휴게실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개정되지 않는다면, 개선도 없습니다. 여전히 수백 명의 노동자들이 의자 7개를 돌려써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이를 위해 현재 실태가 어떠한지 노동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지난 4일 정부기관 청사 관리 규정에 청소노동자 휴게실 면적을 규정, 청사 설계 시부터 반영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노동 현장 곳곳에 흩어진 다양한 목소리를 모아 1.5평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1.5평의 권리’ 시리즈는 독자는 물론 사내에서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현장 노동자들의 열악한 휴게공간을 조명해 노동 환경 실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좋은 기획’이라는 평가와 함께 사내에서 시상하는 ‘좋은 기사상’을 수상했습니다.
취재 및 보도 과정에서 언론윤리강령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쿠키뉴스는 지속해서 현장 노동자 휴게시설 관련 문제를 살필 예정입니다. 취재를 진행하며 만났던 현장 노동자들은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다”라며 “그저 사람답게 쉬고 싶을 뿐”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이들의 근로 환경이 바뀌도록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쿠키뉴스는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겠습니다.
해당 보도는 외부 지원 없이 쿠키뉴스 자체적으로 기획·취재해 보도한 기사입니다. 반론 보도 신청과 언론중재위원회 피신청사항 등 특이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76회 전체 총평
제376회 이달의 기자상은 당초 총 9개 부문 87편의 출품작 중 8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달에는 취재 접근 방식이나 내용, 방향 등에서 참신하고 우수한 작품들이 대거 출품돼 그 어느 때보다 수상작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의 경우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내용면에서나 취재과정, 사회적 파급력 등에서 수준 높은 뛰어난 작품들이 많아 심사과정에서 경쟁이 치열했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17편의 출품작 중에서 경합 끝에 연합뉴스의 <2022 수능 생명과학Ⅱ 출제 오류와 부실검증 의혹> 보도와 YTN의 <김건희 허위 이력 확인 및 인터뷰> 보도가 공동 수상작으로 뽑혔다. 연합뉴스 보도는 당초 문제가 없다는 교육당국의 부실검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처음 보도해 사회적 관심을 유발했으며 전문적이고 어려운 영역을 열심히 취재해 자칫 그대로 넘어갈 수 있는 오류를 집중적으로 파헤쳐 여론형성에 기여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YTN 보도는 단순히 사실 전달에 그치지 않고, 이력의 진위 여부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확인 보도함으로써 보기 드문 깔끔한 취재라는 평이 주류를 이뤘다.
취재보도2부문에서는 연합뉴스의 <‘조선인 강제노역’ 사도광산 세계유산 일본 후보로 유력> 보도가 최종 선정됐다. 특히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에 대해 기자 역량의 집요함이 유감없이 발휘된 수작으로 인정받았다.
경제보도부문의 경우 출품작 7편 중 서울신문의 <시세차익 노린 한일 간 암호화폐 환치기 실태>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사실 시중에 떠도는 내용을 입체적으로 취재해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기는 쉽지 않은데 구체적인 통계와 충실한 취재내용을 토대로 다양한 취재접근 방식을 통해 객관적 실체를 가려낸 점이 돋보였다는 평이다.
총 13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선 한국일보의 <제로웨이스트 실험실> 보도와 서울신문의 <벼랑 끝, 홀로 선 그들-2021년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보도, 한겨레신문 <2030 지구의 미래 글래스고를 가다-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보도 3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제로웨이스트 실험실>은 주제를 비롯해 취재 방식, 접근 방향 등이 매우 독창적이었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환경문제와 직결된 폐기물정책의 문제점을 일상생활 속에서 찾아 독자들에게 생활 속 환경보호 실천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줌으로써 큰 사회적 반향을 이끌어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벼랑 끝, 홀로 선 그들> 보도는 성 정체성이 결정되는 청소년기에 주목해서 새로운 화두를 던져줬다는 점이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또 단순한 상황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고, 나아가 관련 제도의 개선 움직임을 이끌어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배경이 됐다.
<2030 지구> 보도는 짧은 기간에 깊이 있는 관련 기사를 다양한 취재기법을 통해 쏟아냈으며 해외 언론들도 해당 기사를 많이 받았을 만큼 영향력이 높은 점이 주목을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선 YTN의 <탐사보고서 ‘기록’ 3D 프린터와 암> 보도가 수상했다. 상당수 심사위원들로부터 주변에 흔한 용품임에도 처음 보는 신선한 소재인 데다 내용마저 매우 충격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을 만큼 깊이 있고 완성도 높은 수작이라는 데 별 이견이 없었다. 일부 심사위원은 해당 기사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평소 위험성을 감지하지 못한 다양한 소재를 찾아 위험성을 부각시키는 한편 제도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추가 보도가 있었으면 하는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