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0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고 검은 연기는 여수의 하늘을 뒤덮었다. 폭발 장소는 석유정제업을 하는 이일산업이었다. 당시 취재팀은 다른 현장에서 취재를 하던 중 폭발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폭발 직후 전화에 불이 나기 시작했다. 여수산단 근무 민주노총*플랜트 노조원들을 비롯해 인근 주민들의 제보 전화가 잇따라 걸려 온 거이다. 여수산단은 평소 각종 사건사고가 잦은 곳이라 평소 노조원*주민들과 유대관계를 돈독하게 맺어왔는데 이런 관계가 발빠른 제보를 불러온 것이었다. 이런 신속한 제보 덕분에 취재팀은 소방보다 더 빨리 현장으로 이동해 생생한 화면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여수산단은 폐쇄적인데다가 접근조차 어려워 내부 촬영을 하기가 어려운데 취재팀은 평소 이 기업은 여기, 저 기업은 저기 하면서 최적의 촬영 포인트를 미리 생각해 놓은 덕분에 지체 없이 해당 장소로 달려가 폭발이 일어난 내부 공장을 거침없이 촬영할 수 있었다. 취재팀은 불과 200여미터 떨어진 언덕에서 온 몸으로 화염을 느끼며 내부 공장을 찍었는데, 첫 큰 폭발 뒤 나머지 세 차례 폭발도 카메라에 그대로 담았다. 폭발의 위력이 엄청나다보니 몸이 스스로 움츠려 들고 파편이 날아와 다치지 않을 까 걱정이 됐지만 그래도 취재와 촬영은 멈추지 않았다. 취재팀은 추락 파손의 위협을 무릅쓰고 촬영용 드론을 날려 폭발 현장까지 최대한 접근했다. 방송사 가운데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해 폭발이 난 공장 내부를 훤히 찍고, 드론 근접 영상까지 찍은 방송사는 kbc가 유일하다.
탱크 위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3명이 사망한 사실이 확인된 직후, 회사는 전남도와 노동청 등 내부 비공개 브리핑을 통해 용접작업은 없었고 폭발 원인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전남도와 노동청의 현장 방문 공식 일정이 10시였는데, 취재팀은 이에 앞서 이일산업이 비공개 브리핑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언론사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브리핑 전체를 촬영하고 취재했다. 당시 유일하게 브리핑에 참석한 기자로써 화기 작업이 없는데 대형 폭발이 일어났다는 발언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이일산업의 내부 문건을 찾아 문제점은 없었는지 파악하는 것이 시급했다. 취재팀은 평소 쌓아둔 여수산단 인맥과 여러 취재원을 동원해 어렵사리 폭발사고 당일 내부 작업 허가서와 안전점검 상황표, 내부 공장 배치도 등을 입수했다. 당시 작업에 대한 내용과 사전 점검표, 가스 농도 측정 등 전문 분야의 내용으로 가득했는데 일단 화기작업이 없었다던 이일산업 비공개 브리핑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정황을 잡았다. 화기 작업을 허가한다는 지시내용과 함께 용접작업 때 필요한 항목 내용에 체크 표시가 돼 있던 것이었다. 용접작업이 없었다는 말이 거짓일 수도 있다고 판단하게 된 계기였다. 동료 기자와 거의 밤을 새면서 자료를 뒤지며 분석했다. 생소한 내용들이었지만 문제가 있음은 틀림없어 보였다. 문제점은 발견했지만 검증이 필요했다. 취재팀은 다음날 비슷한 작업을 수십 년째 이어온 플랜트노조 간부 10여 명을 회사에서 만나 함께 분석 작업을 이어갔다. 취재팀과 조합원들은 서로 문제점을 짚고 하나씩, 하나씩 철저하게 검증해가며 자료를 분석했다. 한나절이 꼬박 걸렸다. 이런 분석 자료를 에너지공학 전공 대학원을 다닌 동료 기자와 함께 다시 검증했고 최종적으로 전국의 여러 재난전문가들에게 분석 자료를 보내 우리의 분석이 문제가 없는지를 검토 의뢰했다. 최종 결론은 우리의 분석이 맞다는 것이었다. 입수한 내부 서류를 토대로 SBS 8시 뉴스를 통해 단독으로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이번 사고 역시 단순한 폭발이 아닌 인재였다는 KBC의 단독보도가 세상이 알려진 순간이었다.
취재팀은 또 하나의 사실에 주목했다. 단독으로 확보한 서류에는 서명이 위조된 흔적도 보였던 것이었다.측정 기록도 형식적으로 기록돼 조작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됐다. kbc의 이런 의혹 보도는 나중에 사실로 드러났다.
취재를 멈출 수는 없었다. 이후 수소문 끝에 접촉하게 된 현장 작업자들을 통해 탱크 상단에서 유증기 수집 배관 연결 작업이 진행 중이었고 탱크가 가동 중인 상황에서 유증기도 배출되고 있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그리고 이번에 폭발한 탱크 배관 작업 이전에도 똑같은 위험한 상황의 탱크 13곳에서 같은 작업이 이뤄졌다는 사실도 잇따라 확인했다. 다른 탱크에서 작업한 노동자들은 운이 좋아서 살았다며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유증기가 나오는데도 용접작업을 계속시켜 온 사 측은 말 그대로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 몬 것이다. 당시 노동자들은 이런 증언을 극도로 꺼리며 거부했지만 언제까지 이런 일이 되풀이되어야 하냐면서 문제점을 끝까지 파헤치겠다는 취재팀의 설득으로 증언에 나서게 됐다. 또다시 SBS 8뉴스와 KBC 8뉴스를 통해 단독 보도를 이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회사는 용접작업이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다. 용접 정황만 있지 정확한 근거는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소방이 사고 직후 촬영한 현장 사진 속에서 뭔가 단서가 있을지 모른다는 판단이 들었다. 소방이 찍은 사진 수백여 장을 분석하다 폭발 당시 날아간 탱크 상단 구조물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찾아냈다. 사진 속 까맣게 탄 구조물 기둥에는 아르곤용접기와 가스 호스가 연결돼 있었다. 회사 측의 거짓말이 확인된 순간이었다. 일주일 후 전남소방은 용접 중 폭발이 일어났다는 잠정결론을 내놓았다.
취재진은 이번 폭발로 희생된 노동자가 70대와 60대였다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전문기술을 가진 경험 많은 기술자인 이들이 왜 그렇게 위험한 현장에서 작업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구조적 문제에 대한 취재를 진행했다. 고령의 노동자들은 일자리가 없어 대부분 하청업체에만 고용되는데 하청 소속 고령의 일용직 노동자들은 작업이 위험해도 차마 거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상황들도 짚어냈다. 고령의 산단 노동자들이 ‘위험한 외주’에 떠밀리고 있다는 후속 보도가 이어졌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이번 취재 과정에서 단독으로 확보한 서류, 사진 등은 모두 직접 취재를 통해 얻은 것이다. 이후 명확한 진상 규명과 원인 조사 등을 위해 KBC가 확보한 자료들은 관계기관에 제공하기도 했다. 또 현장에 나온 정의당 국회의원에게도 관련 내용을 전달했으며 이후 해당 의원실을 통해 보도자료가 배포되기도 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 KBC 2021. 12. 16 [단독] 여수산단 폭발, 용접 없댔는데 허가서엔 '화기 작업'
[단독]가연성 가스가 0%? 안전작업허가서 곳곳 조작 정황
-12.17 KBS “여수 폭발사고 업체, 안전작업허가서 허위 작성”
-12.17. 뉴시스 이일산업 탱크 폭발, 용접작업 의혹
-12.17. 여수MBC 이일산업 용접 작업 원인 추정
-12.21 한겨레 이일산업 ‘가연성물질 제거’ 허위 기재 의혹
□ KBC 2021. 12. 17 [단독] "여수산단 이일산업, 사고 이전 똑같은 작업"
-12.20 광주일보 “다른 연료탱크서도 용접작업 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수많은 의혹이 KBC를 통해 제기된 뒤 광주지방노동청은 특별감독에 돌입했고 무려 380여 건의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공식 보도자료에는 작업 허가서가 조작됐다는 언론의 의혹이 사실이었다는 문구도 포함됐다. 전남소방본부는 원인 조사에 사용하고 싶다며 폭발 사고 당시 KBC가 촬영한 폭발 당시 영상의 제공을 요청했다. 전남소방본부는 KBC 촬영 영상을 통해서 폭발 당시 공장 상황을 확인했고 폭발 원인 조사에 도움이 됐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여수산단을 총괄하는 여수소방은 화기 작업 전 신고를 의무화하는 대책 등을 내놓았다. 원하청업체 대표와 관계자 등 8명을 입건한 경찰도 서류 조작 배경 등에 대한 수사를 현재 진행 중이다. 전라남도와 여수시도 연이어 여수산단 안전종합 대책을 내놓았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여수국가산단에서는 수많은 재난사고가 발생한다. 그렇지만 회사의 은폐, 사고의 규모 등을 이유로 상당수의 사고는 알려지지도 못한 채 묻혀지기도 한다.
KBC는 지난 11월 여수국가산단과 포스코광양제철소의 반복되는 사고와 오염물질 배출 조작, 환경오염, 주민 건강 피해 등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탐사보도 14건을 보도했다. 국가와 지역 경제를 선도한다는 이름 하에 수많은 면죄부를 받았던 산단 기업들의 고질적인 행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앞으로도 대형 산단을 감시하는 KBC의 보도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KBC의 이일산업 취재는 20년 이상 여수에서 취재활동을 해 온 기자들의 취재력이 충분히 발휘된 성과였다고 자평한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산단 노동자들의 억울한 희생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기자들의 각오는 좁은 지역사회에서 건네진 유무형의 압력을 버텨낼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7. 기타 고려사항
없음
회차 심사평
제376회 전체 총평
제376회 이달의 기자상은 당초 총 9개 부문 87편의 출품작 중 8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달에는 취재 접근 방식이나 내용, 방향 등에서 참신하고 우수한 작품들이 대거 출품돼 그 어느 때보다 수상작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의 경우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내용면에서나 취재과정, 사회적 파급력 등에서 수준 높은 뛰어난 작품들이 많아 심사과정에서 경쟁이 치열했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17편의 출품작 중에서 경합 끝에 연합뉴스의 <2022 수능 생명과학Ⅱ 출제 오류와 부실검증 의혹> 보도와 YTN의 <김건희 허위 이력 확인 및 인터뷰> 보도가 공동 수상작으로 뽑혔다. 연합뉴스 보도는 당초 문제가 없다는 교육당국의 부실검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처음 보도해 사회적 관심을 유발했으며 전문적이고 어려운 영역을 열심히 취재해 자칫 그대로 넘어갈 수 있는 오류를 집중적으로 파헤쳐 여론형성에 기여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YTN 보도는 단순히 사실 전달에 그치지 않고, 이력의 진위 여부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확인 보도함으로써 보기 드문 깔끔한 취재라는 평이 주류를 이뤘다.
취재보도2부문에서는 연합뉴스의 <‘조선인 강제노역’ 사도광산 세계유산 일본 후보로 유력> 보도가 최종 선정됐다. 특히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에 대해 기자 역량의 집요함이 유감없이 발휘된 수작으로 인정받았다.
경제보도부문의 경우 출품작 7편 중 서울신문의 <시세차익 노린 한일 간 암호화폐 환치기 실태>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사실 시중에 떠도는 내용을 입체적으로 취재해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기는 쉽지 않은데 구체적인 통계와 충실한 취재내용을 토대로 다양한 취재접근 방식을 통해 객관적 실체를 가려낸 점이 돋보였다는 평이다.
총 13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선 한국일보의 <제로웨이스트 실험실> 보도와 서울신문의 <벼랑 끝, 홀로 선 그들-2021년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보도, 한겨레신문 <2030 지구의 미래 글래스고를 가다-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보도 3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제로웨이스트 실험실>은 주제를 비롯해 취재 방식, 접근 방향 등이 매우 독창적이었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환경문제와 직결된 폐기물정책의 문제점을 일상생활 속에서 찾아 독자들에게 생활 속 환경보호 실천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줌으로써 큰 사회적 반향을 이끌어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벼랑 끝, 홀로 선 그들> 보도는 성 정체성이 결정되는 청소년기에 주목해서 새로운 화두를 던져줬다는 점이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또 단순한 상황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고, 나아가 관련 제도의 개선 움직임을 이끌어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배경이 됐다.
<2030 지구> 보도는 짧은 기간에 깊이 있는 관련 기사를 다양한 취재기법을 통해 쏟아냈으며 해외 언론들도 해당 기사를 많이 받았을 만큼 영향력이 높은 점이 주목을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선 YTN의 <탐사보고서 ‘기록’ 3D 프린터와 암> 보도가 수상했다. 상당수 심사위원들로부터 주변에 흔한 용품임에도 처음 보는 신선한 소재인 데다 내용마저 매우 충격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을 만큼 깊이 있고 완성도 높은 수작이라는 데 별 이견이 없었다. 일부 심사위원은 해당 기사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평소 위험성을 감지하지 못한 다양한 소재를 찾아 위험성을 부각시키는 한편 제도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추가 보도가 있었으면 하는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