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경위
지난해 12월 대다수 언론이 김 씨의 이력서에 집중할 때, 저희는 김건희 씨 미술계 경력의 핵심적인 뿌리가 된 숙명여대 석사 논문을 주목했습니다. 물론 시작은 쉽지 않았습니다. 일단 논문이 현대 추상화가를 분석한 내용인데다, 표절 프로그램(카피킬러)으로 아무리 돌려봐도 표절률은 10%에 불과했습니다. 현재 대다수 대학은 이 수치가 20%를 넘으면 논문 자체를 접수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별 문제가 없는 수치였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일단 문체가 눈에 띄었습니다. 문장을 하나씩 뜯어봤습니다. 문체가 다른 부분이 다수 관찰됐습니다. 긴 글을 한 명이 쓸 경우엔 즐겨 쓰는 단어와 조사, 접속사가 반복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김 씨의 논문엔 다양한 문체가 섞여 있었습니다. 이후 취재진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현대 추상화의 아버지 ‘파울 클레’와 관련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관련 자료의 숫자가 그리 많지는 않았습니다.
보도 내용
그런 과정을 거쳐 김 씨가 통째로 인용하고도 각주 표기는 물론 참고문헌에도 표시하지 않은 서양미술사 단행본 1권과 논문 3개를 찾아냈습니다. 이 4개의 자료를 워드프로세스에 옮겨 파일로 만들었습니다. 김 씨가 참고문헌에는 표시했지만, 표절 프로그램이 캐치하지 못한 논문도 5개였습니다. 이 논문들도 일일이 찾아 수작업으로 파일화했습니다. PDF 형식의 논문은 화질이 떨어지거나, 한자가 다수 섞여 있을 경우에는 프로그램이 정확하지 인식하지 못한단 사실을 파악한 겁니다. 표절률 10% 때, 비교 대조군은 3개 자료였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찾은 자료들을 더하니 총 11개로 불어났습니다. 그 결과, 표절률은 10%에서 42%로 급등했습니다.
수치가 높다고 ‘표절’이란 보도를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단순한 인용 누락인지, 핵심적인 주제까지 베낀 것인지 전문가들의 판단이 필요했습니다. 한국연구재단 대학연구윤리협의회 소속 교수 3명(서울교대 이인재 교수 등)과 미대 교수 1명에게 전반적인 자문을 받았습니다.(자문에 따라 취재진이 만든 문단별 비교 자료 및 자문단이 만든 자료를 첨부합니다). 전문가들은 “표절이 맞는다며, 논문의 독창적인 주제 의식도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최종적인 표절 판단은 각 대학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해야 하는 것이기에 저희는 ‘의혹’이란 단어를 붙였습니다.
1999년 당시 김건희 씨의 논문 지도교수도 어렵게 찾아 만났습니다. 지도교수에게 검증 결과값을 전달하고, 의견을 청취했습니다. 국민의힘 선대위는 “99년엔 표절 기준이 없었다”고 반박했지만, “표절은 당시에도 비윤리적인 행위로 엄격히 금지된 사항”이었다는 지도교수의 코멘트를 미리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조선시대에도 표절은 금지된 행위였습니다.
공정한 보도를 위해 이재명 후보의 석사논문도 함께 검증했습니다. 이 후보의 표절 의혹은 지난 2014년에 불거졌습니다. 이 후보는 당시에도 “논문을 반납하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표절의 구체적인 내용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김건희 씨 논문과 같은 방식으로 분석한 결과, 이 후보의 논문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본론은 물론 핵심 주제가 담긴 결론에서도 통째로 베낀 흔적이 나왔습니다. 김 씨의 숙대 논문 논란이 불거지자, 이 후보는 즉각 대응에 나섰습니다. 이 후보가 언론에 공개적으로 자신의 표절 사실을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사회적 영향 및 타매체 반향
○ 보도 전일 김건희 씨의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보름 넘게 취재해 온, 저희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입니다. 사과와 함께 배포된 국민의힘 선대위 해명자료에는 석사 논문 관련 내용은 없었습니다. 앞서 문제 제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보도 후 연합뉴스 등 주요 통신사를 비롯한 방송사, 신문사 등이 추종 보도를 했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보도 이튿날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외부 기관이 검증한다면 응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재명 후보도 같은 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본인의 표절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빠른 학위 취소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공직자의 연구윤리 중요성이 다시 한 번 부각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후속조치 및 제도개선 내용
○ 숙명여대는 지난 5일, 교육부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운영 계획을 보고했습니다. 1월 중 위원을 새로 위촉하고 2월 예비조사, 3월 본조사를 거쳐 이르면 오는 5월쯤 최종 판단을 하겠단 내용입니다.
○ 6년째 이재명 후보의 논문 표절 심사를 미뤄오던 가천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꾸려 오는 4월까지 표절 판정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 타
회차 심사평
제376회 전체 총평
제376회 이달의 기자상은 당초 총 9개 부문 87편의 출품작 중 8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달에는 취재 접근 방식이나 내용, 방향 등에서 참신하고 우수한 작품들이 대거 출품돼 그 어느 때보다 수상작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의 경우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내용면에서나 취재과정, 사회적 파급력 등에서 수준 높은 뛰어난 작품들이 많아 심사과정에서 경쟁이 치열했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17편의 출품작 중에서 경합 끝에 연합뉴스의 <2022 수능 생명과학Ⅱ 출제 오류와 부실검증 의혹> 보도와 YTN의 <김건희 허위 이력 확인 및 인터뷰> 보도가 공동 수상작으로 뽑혔다. 연합뉴스 보도는 당초 문제가 없다는 교육당국의 부실검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처음 보도해 사회적 관심을 유발했으며 전문적이고 어려운 영역을 열심히 취재해 자칫 그대로 넘어갈 수 있는 오류를 집중적으로 파헤쳐 여론형성에 기여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YTN 보도는 단순히 사실 전달에 그치지 않고, 이력의 진위 여부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확인 보도함으로써 보기 드문 깔끔한 취재라는 평이 주류를 이뤘다.
취재보도2부문에서는 연합뉴스의 <‘조선인 강제노역’ 사도광산 세계유산 일본 후보로 유력> 보도가 최종 선정됐다. 특히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에 대해 기자 역량의 집요함이 유감없이 발휘된 수작으로 인정받았다.
경제보도부문의 경우 출품작 7편 중 서울신문의 <시세차익 노린 한일 간 암호화폐 환치기 실태>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사실 시중에 떠도는 내용을 입체적으로 취재해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기는 쉽지 않은데 구체적인 통계와 충실한 취재내용을 토대로 다양한 취재접근 방식을 통해 객관적 실체를 가려낸 점이 돋보였다는 평이다.
총 13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선 한국일보의 <제로웨이스트 실험실> 보도와 서울신문의 <벼랑 끝, 홀로 선 그들-2021년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보도, 한겨레신문 <2030 지구의 미래 글래스고를 가다-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보도 3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제로웨이스트 실험실>은 주제를 비롯해 취재 방식, 접근 방향 등이 매우 독창적이었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환경문제와 직결된 폐기물정책의 문제점을 일상생활 속에서 찾아 독자들에게 생활 속 환경보호 실천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줌으로써 큰 사회적 반향을 이끌어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벼랑 끝, 홀로 선 그들> 보도는 성 정체성이 결정되는 청소년기에 주목해서 새로운 화두를 던져줬다는 점이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또 단순한 상황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고, 나아가 관련 제도의 개선 움직임을 이끌어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배경이 됐다.
<2030 지구> 보도는 짧은 기간에 깊이 있는 관련 기사를 다양한 취재기법을 통해 쏟아냈으며 해외 언론들도 해당 기사를 많이 받았을 만큼 영향력이 높은 점이 주목을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선 YTN의 <탐사보고서 ‘기록’ 3D 프린터와 암> 보도가 수상했다. 상당수 심사위원들로부터 주변에 흔한 용품임에도 처음 보는 신선한 소재인 데다 내용마저 매우 충격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을 만큼 깊이 있고 완성도 높은 수작이라는 데 별 이견이 없었다. 일부 심사위원은 해당 기사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평소 위험성을 감지하지 못한 다양한 소재를 찾아 위험성을 부각시키는 한편 제도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추가 보도가 있었으면 하는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