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ㅇ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ㅇ ), ④ 제보( ), ⑤ 기타( )
“연말이잖아요. 쪽방촌 어르신들은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거리에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진 지난달 초, 쪽방상담소를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상담소 조부활 소장이 딴 얘기를 꺼냅니다.
조 소장은 “정 기자, 그게 어르신들은 주변에서 많이들 도와주셔서 괜찮은데, 도시재생사업 그게 말썽입니다. 다 때려 부수고 말도 아니에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서울 영등포, 동자동 쪽방촌과 달리 대전역 쪽방촌은 건물주와 토지주도 반겼던 사업입니다. 2008년부터 민간 개발 공모가 3차례나 진행됐지만 개발업자들의 컨소시엄이 번번이 무산된 탓 때문입니다.
먼저 대전 동구청을 들렀습니다. 담당 공무원은 사업이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입니다. 대전시청도, 그리고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 LH도 별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쪽방촌 주민들과 상담소, 그리고 도시재생 사업을 지원하는 대전역마을 현장지원센터 등을 거치고 나서야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2020년 4월 대전역 쪽방촌 인근에 국토교통부 장관, 국회의원, 시장 등 주요 인사들이 방문합니다. ‘도시재생’사업지구로 발표하는 날이었습니다.
모두가 박수를 치며 환영했고, 쪽방촌 마을에는 돼지를 잡고 잔치가 열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대전시가 LH에 제안해‘주민협의체’가 꾸려집니다.
그런데 협의체가 꾸려지고 나서 또 다른 단체가 만들어집니다. ‘주민비대위’라는 간판을 달고 등장한 이들은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는 토지주와 상가건물주들이었습니다.
공공주택 반대, 측량 반대, 지장물조사 반대를 표어로 내건 이들은 입주권부터 적절한 보상을 요구합니다.
주민들 간의 반목은 이때부서 시작됐습니다. 갈등이 폭발한 건 LH와 공무원들이 주민들에게 사업 추진 상황을 설멸하는 2021년 10월 5차 통합간담회 자리였습니다.
주민비대위 간부들이 갑자기 의자와 집기를 때려 부숩니다. 욕설은 물론 폭언까지 합니다.
이 때문에 사업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측량’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4년 입주 계획은 2026년으로 미뤄졌다가 비대위 반발로 모두 물거품이 됐고,
기약조차 없어진 상황이 됐습니다.
비대위가 요구하는 내용이 법에 맞는지부터 살펴야 했습니다. 대학교수부터 전문가 등의 자문을 거치고 법령 검토 끝에 보도가 시작됐습니다.
첫 보도는 지난해 10월 5차 통합간담회부터 시작됩니다.
간담회에 참석한 사람으로부터 주민비대위 간부들이 행패를 부리는 녹화 영상을 확보했습니다.
집기를 집어 던지고 부수고, 공무원과 LH 직원들에게 육두문자를 내뱉습니다. 죽이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습니다. 결국 경찰이 출동하고 나서야 수습됐습니다.
사업 시행자인 LH의 토지 측량에 불만을 품고 저지른 일인데 도시재생 사업 발표 당시만 해도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사업 발표 후 사업을 찬성하는 주민협의체가 꾸려졌는데, 불과 며칠 뒤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비대위가 결성됩니다.
비대위는 토지주와 상가 건물주에게도 ‘입주권’을 제공하고, 보상가액 또한 충분치 않다며 이를 더 많이 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보도는 주민비대위의 요구가 합당한 지, 그리고 현행법상 가능한 것인지를 심층적으로 파헤쳤습니다. 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비대위는 토지주와 상가 건물주에게도 입주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요구, 현행 도시정비법에선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대전역 쪽방촌은 아파트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하는 곳이 아닙니다.
민간개발이 잇따라 무산된 이후 도시재생으로 결정된 쪽방촌은 공공주택특별법이 적용됩니다.
때문에 아파트 입주권은 주택소유주에 한해 제공받을 수 있으며, 그것도 입주 당시 무주택자 상태여야만 가능합니다.
이밖에도 비대위는 현행 토지보상법에 따른 감정평가 손실보상액 기준으로는 건물과 토지를 내줄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앞으로 대전역 쪽방촌이 ‘서울 명동’처럼 보물이 된다는 암시를 받았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한밭대 교수는 토지주와 건물주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행위라며 법적으로 힘든 보상을 요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세 번째 보도는 1년 8개월이나 사업이 지연되는 동안 하염없이 기다리는 쪽방촌 세입자들을 조명했습니다. 근무력증과 당뇨, 고혈압으로 밖을 나가기 힘든 강창규 씨를 만났습니다.
두 다리를 뻗기조차 힘든 비좁은 쪽방 한칸에서 강 씨는 의식주를 해결합니다.
강 씨는 “여기보다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다면 더 좋겠다”고 말하지만, 사업은 기약없이 미뤄진 상태입니다.
뿐만 아니라 쪽방촌에서 반세기를 거주한 75살 김순일 씨도 “사실은 우리도 좋은데 살고 싶다. 그런데 그렇질 못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조부활 쪽방상담소 소장은 만약 비대위 반대로 지구지정이 취소되고 사업이 무산되면 쪽방 주민들의 희망이 싸그리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마지막 보도는 사업 무산에 따른 부작용, 그리고 대전시와 LH의 입장을 담았습니다.
대전시는 이미 수십년에 걸쳐 민간개발이 시도됐지만 무산된 점을 언급하며 공공개발마저 사업이 무산되면 도시슬럼화가 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LH는 원론적이기는 하나 최근 공공주택통합심의까지 거쳤다며 주민과 더 협의해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입장을 밝혔습니다.
보도는 2020년 4월 사업 추진 당시 국토교통부의 발표자료를 인용하며 끝을 맺습니다.
‘최소한의 주거 요건도 갖추지 못하고, 범죄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어 환경개선이 시급하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보도에 인터뷰이로 등장하는 주민협의체와 주민비대위 관계자들은 모두 임원이며, 직접 현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처음 이 사실을 전달한 조부활 쪽방상담소장과는 특별한 이해관계여하는 없으며, 사회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주요 취재원으로 교류하고 있습니다.
모든 보도는 직접 현장에서 취재했으며, 기타 특이사항 여하는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개발이권 다툼에 대한 정면 취재를 진행해 법적 문제 그리고 한계를 여과 없이 담아냈습니다.
어느 언론에서도 다루지 않았던 대전역 쪽방촌 도시재생 사업의 문제점을 수면 위로 올려냈습니다.
보도가 이뤄지며 대전역 쪽방촌 6차 통합간담회가 열렸고, 해당 문제를 중재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국회의원이 참석해 주민과 합의점을 찾아내기로 했습니다.
사회적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지연만 거듭한 채 쪽방촌 주민들의 삶은 지금처럼 1평짜리 쪽방에서 반복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입니다.
타매체 반향은 없었습니다.
KBS 보도 전에도 지역일간지부터 인터넷 언론까지 여러 매체에서 대전역 쪽방촌 문제를 취재하고 돌아갔다는 지역 주민들의 후문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취재까지만 이었습니다.
개발이권 다툼에 휘말릴 것을 우려한 것인지, 어떤 다른 여타의 외압이 있었는지 파악은 되지 않지만, 타 매체의 보도는 없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보도 이후 쪽방촌에 변화의 움직임이 보였습니다.
그동안 비대위의 움직임에 대해 침묵하던 무료급식소 관계자들도 보도를 통해 목소리를 내기로 했습니다. 단순히 재개발 재건축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쪽방촌 세입자들의 생계가 걸린 문제기 때문입니다.
주민협의체도 사업이 더는 지연되는 것에 대해 묵과할 수 없다며 LH 측에 조속한 사업 추진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이에 대해 LH도 그동안 답보상태에 빠진 사업에 대해 속도를 내겠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대전역 쪽방촌 도시재생사업을 두고 벌어지는 사업시행자인 LH와 주민비대위의 갈등과 문제를 짚어내고, 도시 빈곤층으로 내몰린 쪽방촌 세입자들의 현실을 조명했습니다.
특히, 토지주와 상가건물주들로 이뤄진 비대위의 요구가 법에 맞는지 심층적인 취재를 통해 개발이익의 환상을 좇는 병폐도 파헤쳐냈습니다.
일부 비대위의 반발로 사업 전체가 지연되면서 결국 피해는 쪽방촌 세입자들이 받는다는 문제점을 수면 위로 끌어내 공익의 가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취재와 보도 이후 국회의원이 개입해 중재에 나섰고, 사업 추진의 실마리를 일부라도 풀어낼 수 있도록 결과를 끌어냈습니다.
특히 서울 영등포와 동자동 쪽방촌과 달리 대전역 쪽방촌의 경우 민간 개발이 수차례 무산된 상황에서 공공주도 도시재생마저 좌초될 경우 도시 슬럼화가 가속될 수 밖에 없다는 문제점도 발굴해 보도했습니다.
사업이 지연될 경우 쪽방촌 세입자들의 주거불안은 가속화되고, 슬럼화된 지역에서 최소한의 주거 여건조차 확보할 수 없다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해당 보도는 외부 협찬이나 지원을 받지 않았으며, 공적서 출품일 기준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나 기타 민형사상 소송이 제기되지 않았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76회 전체 총평
제376회 이달의 기자상은 당초 총 9개 부문 87편의 출품작 중 8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달에는 취재 접근 방식이나 내용, 방향 등에서 참신하고 우수한 작품들이 대거 출품돼 그 어느 때보다 수상작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의 경우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내용면에서나 취재과정, 사회적 파급력 등에서 수준 높은 뛰어난 작품들이 많아 심사과정에서 경쟁이 치열했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17편의 출품작 중에서 경합 끝에 연합뉴스의 <2022 수능 생명과학Ⅱ 출제 오류와 부실검증 의혹> 보도와 YTN의 <김건희 허위 이력 확인 및 인터뷰> 보도가 공동 수상작으로 뽑혔다. 연합뉴스 보도는 당초 문제가 없다는 교육당국의 부실검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처음 보도해 사회적 관심을 유발했으며 전문적이고 어려운 영역을 열심히 취재해 자칫 그대로 넘어갈 수 있는 오류를 집중적으로 파헤쳐 여론형성에 기여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YTN 보도는 단순히 사실 전달에 그치지 않고, 이력의 진위 여부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확인 보도함으로써 보기 드문 깔끔한 취재라는 평이 주류를 이뤘다.
취재보도2부문에서는 연합뉴스의 <‘조선인 강제노역’ 사도광산 세계유산 일본 후보로 유력> 보도가 최종 선정됐다. 특히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에 대해 기자 역량의 집요함이 유감없이 발휘된 수작으로 인정받았다.
경제보도부문의 경우 출품작 7편 중 서울신문의 <시세차익 노린 한일 간 암호화폐 환치기 실태>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사실 시중에 떠도는 내용을 입체적으로 취재해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기는 쉽지 않은데 구체적인 통계와 충실한 취재내용을 토대로 다양한 취재접근 방식을 통해 객관적 실체를 가려낸 점이 돋보였다는 평이다.
총 13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선 한국일보의 <제로웨이스트 실험실> 보도와 서울신문의 <벼랑 끝, 홀로 선 그들-2021년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보도, 한겨레신문 <2030 지구의 미래 글래스고를 가다-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보도 3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제로웨이스트 실험실>은 주제를 비롯해 취재 방식, 접근 방향 등이 매우 독창적이었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환경문제와 직결된 폐기물정책의 문제점을 일상생활 속에서 찾아 독자들에게 생활 속 환경보호 실천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줌으로써 큰 사회적 반향을 이끌어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벼랑 끝, 홀로 선 그들> 보도는 성 정체성이 결정되는 청소년기에 주목해서 새로운 화두를 던져줬다는 점이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또 단순한 상황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고, 나아가 관련 제도의 개선 움직임을 이끌어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배경이 됐다.
<2030 지구> 보도는 짧은 기간에 깊이 있는 관련 기사를 다양한 취재기법을 통해 쏟아냈으며 해외 언론들도 해당 기사를 많이 받았을 만큼 영향력이 높은 점이 주목을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선 YTN의 <탐사보고서 ‘기록’ 3D 프린터와 암> 보도가 수상했다. 상당수 심사위원들로부터 주변에 흔한 용품임에도 처음 보는 신선한 소재인 데다 내용마저 매우 충격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을 만큼 깊이 있고 완성도 높은 수작이라는 데 별 이견이 없었다. 일부 심사위원은 해당 기사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평소 위험성을 감지하지 못한 다양한 소재를 찾아 위험성을 부각시키는 한편 제도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추가 보도가 있었으면 하는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