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2016년 5월 서울 강남역에서 여성이 살해당한 뒤 여성들은 '우리는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고 추모하고, 분노했습니다. 이후 한국사회에선 처음으로 여성에 대한 가장 극단적인 폭력인 '페미사이드'가 말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이 끔찍한 범죄는 도처에 있지만 개별 사건의 폭력성만 분노를 일으킬 뿐, 그동안 하나의 '현상'이자 '구조'로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나이와 지역, 계층을 가리지 않고 살해당하는 여성들, 그 구조적 폭력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너무 오래된 과거의 방식으로 사건통계를 기록해온 한국의 수사기관인 경찰과 검찰은 여성들이 어떤 맥락에서, 어떤 이들에게 살해당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겨레21>은 '우리가 직접 이 죽음들을 기록하고, 가시화해보자'고 판단했습니다. 먼저 실태를 알아야 무고한 시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범죄를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성들이 어디에서 누구로부터, 어떻게, 왜 살해당하는지 그 죽음의 패턴을 발견하면 적어도 그 지점에서부터 우리가 '무엇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할 수 있을 거라고 봤습니다.
2021년 10월 구성된 <한겨레21> 페미사이드 특별취재팀은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심정으로 흩어진 죽음들의 기록을 법원 판결문시스템에서 찾아 가려냈습니다. 2016년~2021년 선고된 2천여건의 판결문(1심 판결 기준) 가운데 확실한 페미사이드로 분류될 수 있는 427건의 '의미있는' 판결문을 추려내고, 3500여쪽에 이르는 판결문을 모두 50여개 항목(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유형, 살해 장소, 사건 발생 지역, 교제기간, 주요 범행수법, 살해동기, 피고인의 평균 형량 등)에 걸쳐 정밀 분석했습니다. 저희의 기록이 '판결문'에 갇힌 납작한 데이터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머니와 딸을 페미사이드 범죄 때문에 잃은 이들을 만났고, 스스로 죽음으로부터 살아나온 여성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2016년 1월~2021년 11월 언론보도(통신사 포함)에서 ‘연인, 여자친구, 여성, 교제, 아내, 부부, 살해, 자살, 극단적 선택, 유기, 경찰’ 등의 단어를 조합해 남성이 여성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73건을 찾아, 그 사건의 유형을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여성에 대한 폭력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국내외 전문가와 활동가, 수사기관 관계자들로부터 자문을 구하고 전문성 있는 글들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게재한 원고가 원고지 600여장에 이릅니다. 단일 주제에 대해 500건의 사건을 톺아본 기획도 전무하지만, 이렇게 방대하게 기술한 보도도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페미사이드는 아직 국내 학계에서도 상대적으로 연구가 미진한 주제입니다. 파편화되고 개별화돼 있던 여성살해 범죄를 이렇게 종합적으로 취합해 기록하는 보도는 국내에선 첫 시도입니다. 아내살해, 교제살해, 성매매 여성 살해 등 모든 유형의 페미사이드 사건을 포괄해 종합적으로 보도한 것은 처음입니다. 특히 <한겨레21>은 그동안 '가정폭력' 또는 '데이트폭력'이라는 이름으로 간과돼온 젠더폭력의 잔혹함을 드러냈을 뿐 아니라, 성매매여성과 노인여성 등 '젠더폭력' 대책 논의에서조차 배제됐던 소수자들을 드러내고자 노력했습니다.
또한 이번 기획보도 과정에서 <한겨레21>은 어떻게 하면 '가정폭력'이라는 '낡은 소재'를 독자들에게 각인시킬지 깊이 고민했습니다. '가정폭력을 겪는 여성은 왜 폭력 가해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가'라는 오랜 사회적 통념을 해소하기 위해 반응형 웹페이지(http://stop-femicide.hani.co.kr)를 만들어 온라인 독자들이 쉽게 이 문제를 이해하고 관심가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독자들이 직접 자신의 경험을 남길 수 있는 별도 웹페이지(http://speakup.hani.co.kr)도 만들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 문제 없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 문제 없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 직접취재 및 현장취재 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 문제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앞서 '교제살인' 등 여성살해 사건에 대한 기획성 보도는 있었으나 여성살해 사건의 전모를 드러낸 기획보도는 없었습니다. 타 보도에 관한 표절은 없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한겨레21>의 '페미사이드 500건의 기록'은 행정당국과 전문가, 일반 독자 모두에게 의미있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보도가 나간 뒤 각계에서 감사 인사가 답지했습니다. "기사를 잘 봤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기사를 써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듣는 경험은 처음입니다. 여성학 연구자, 공무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우리가 하지 못한 일을 기자들이 해냈다"며 고마움을 전해온 것입니다. 그동안 왜 이들이 이런 일을 하지 못했을까요? 그동안 국가가 여성들의 '죽음'에 관심을 가지지 않은 탓일 겁니다. 저희 보도가 나간 뒤 2022년 형사사법시스템(킥스) 개편을 앞두고 있거나 젠더폭력 문제에 대해 고민중인 경찰의 여러 관계자들도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전해왔습니다. 관련 토론회에 초청받고 분석한 자료에 대한 문의를 받았습니다. 경찰청은 ‘배우자’인지도 모르는 범죄통계를 바로 잡기 위한 제도 개선을 준비 중입니다. 그 자체로 저희의 보도가 살해된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새롭게 환기했음을 방증합니다.
가정폭력 피해자의 가해자와의 '안전 이별' 가능성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게 한 웹페이지(https://stop-femicide.hani.co.kr)의 SNS 반응도 무척 뜨거웠습니다. 트위터 상에서 수만 건이 공유되었고, 남녀를 가리지 않고 피해 여성들에게 공감하는 메시지들이 쏟아졌습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페미사이드’ ‘여성살해’ ‘살해’ 등의 키워드로 검색하면 <한겨레21> 페미사이드 보도 또는 웹페이지와 관련한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살아남은 당신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라는 제목의 특별웹페이지(http://speakup.hani.co.kr)에는 일반 시민 수백여명이 자신과 주변의 젠더폭력, 페미사이드 경험을 글로 남겨주었습니다. 이 내용은 1월17일 발간되는 <한겨레21>을 통해 소개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관심을 이어나가기 위해 <한겨레21>은 2022년 1월 중에 페미사이드와 관련한 여러 사연을 담은 섹션, 팩트체크 섹션 등을 웹페이지를 통해 최종 오픈하는 한편, 계속 후속보도를 이어가려고 노력하고자 합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해당 보도는 언론윤리강령을 준수했습니다. 저희는 보도 과정에서 범죄의 참혹성을 드러내면서도 어떻게 하면 선정적인 범죄 보도로 귀결시키지 않을 것인지 저널리즘 윤리를 깊이 고민했습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는, 분명한 현실을 외면하고 왜곡하며 논쟁만 부추기는 사회를 향해, 데이터로 진실을 입증하고 스토리텔링으로 관심을 촉구하는 데에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페미사이드라는 주제를 넘어 언제 읽어도 효용이 있는 범죄 보도의 한 규범을 만들었다고 자부합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었습니다.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은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76회 전체 총평
제376회 이달의 기자상은 당초 총 9개 부문 87편의 출품작 중 8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달에는 취재 접근 방식이나 내용, 방향 등에서 참신하고 우수한 작품들이 대거 출품돼 그 어느 때보다 수상작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의 경우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내용면에서나 취재과정, 사회적 파급력 등에서 수준 높은 뛰어난 작품들이 많아 심사과정에서 경쟁이 치열했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17편의 출품작 중에서 경합 끝에 연합뉴스의 <2022 수능 생명과학Ⅱ 출제 오류와 부실검증 의혹> 보도와 YTN의 <김건희 허위 이력 확인 및 인터뷰> 보도가 공동 수상작으로 뽑혔다. 연합뉴스 보도는 당초 문제가 없다는 교육당국의 부실검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처음 보도해 사회적 관심을 유발했으며 전문적이고 어려운 영역을 열심히 취재해 자칫 그대로 넘어갈 수 있는 오류를 집중적으로 파헤쳐 여론형성에 기여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YTN 보도는 단순히 사실 전달에 그치지 않고, 이력의 진위 여부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확인 보도함으로써 보기 드문 깔끔한 취재라는 평이 주류를 이뤘다.
취재보도2부문에서는 연합뉴스의 <‘조선인 강제노역’ 사도광산 세계유산 일본 후보로 유력> 보도가 최종 선정됐다. 특히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에 대해 기자 역량의 집요함이 유감없이 발휘된 수작으로 인정받았다.
경제보도부문의 경우 출품작 7편 중 서울신문의 <시세차익 노린 한일 간 암호화폐 환치기 실태>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사실 시중에 떠도는 내용을 입체적으로 취재해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기는 쉽지 않은데 구체적인 통계와 충실한 취재내용을 토대로 다양한 취재접근 방식을 통해 객관적 실체를 가려낸 점이 돋보였다는 평이다.
총 13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선 한국일보의 <제로웨이스트 실험실> 보도와 서울신문의 <벼랑 끝, 홀로 선 그들-2021년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보도, 한겨레신문 <2030 지구의 미래 글래스고를 가다-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보도 3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제로웨이스트 실험실>은 주제를 비롯해 취재 방식, 접근 방향 등이 매우 독창적이었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환경문제와 직결된 폐기물정책의 문제점을 일상생활 속에서 찾아 독자들에게 생활 속 환경보호 실천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줌으로써 큰 사회적 반향을 이끌어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벼랑 끝, 홀로 선 그들> 보도는 성 정체성이 결정되는 청소년기에 주목해서 새로운 화두를 던져줬다는 점이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또 단순한 상황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고, 나아가 관련 제도의 개선 움직임을 이끌어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배경이 됐다.
<2030 지구> 보도는 짧은 기간에 깊이 있는 관련 기사를 다양한 취재기법을 통해 쏟아냈으며 해외 언론들도 해당 기사를 많이 받았을 만큼 영향력이 높은 점이 주목을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선 YTN의 <탐사보고서 ‘기록’ 3D 프린터와 암> 보도가 수상했다. 상당수 심사위원들로부터 주변에 흔한 용품임에도 처음 보는 신선한 소재인 데다 내용마저 매우 충격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을 만큼 깊이 있고 완성도 높은 수작이라는 데 별 이견이 없었다. 일부 심사위원은 해당 기사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평소 위험성을 감지하지 못한 다양한 소재를 찾아 위험성을 부각시키는 한편 제도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추가 보도가 있었으면 하는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