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② 단독기획( O )
‘대장동 게이트’는 대선 판도를 바꿨습니다. LH 사건이 앞서 총선을 결정한 것에 이어, 현 정부에서 부동산자산에 의해 계급이 결정, 굳어지는 경향성이 커지고, 그 문턱은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시대의 화두이자 욕망, 질서가 되어버린 부동산에 <한겨레> 탐사기획팀이 주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다만 ‘영끌’조차 기실 유산자의 용어이듯 대개 승자의 관점에서 기록된 부동산이 아닌, 실패했거나 실패가 예정된 부동산과 그 욕망의 주인공들을 주목하고자 했습니다. 말하자면 부동산 투자/투기 생태계의 꼬리칸에 탑승하는 이들의 삶, 그 욕망을 자극하고 떠미는 기획의 세계를 ‘2천만 원짜리 욕망의 기획자’라는 호명과 함께 밀착 조명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지면 4회(디지털 10회)의 주요 전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획부동산 영업과 가해자 – 그 세계에 포착된 피해자와 삶 – 그들이 산 땅의 어제 오늘 내일 – 10대 이하 명의의 아파트 갭투자 실태 및 기획 – 현 정부의 자산 불평등 빅데이터 분석 및 전망
1. 기획부동산 2곳에 위장취업했습니다. 언론사 최초입니다. 기획부동산의 영업과 피해 실태에 대한 보도는 많았지만, 대개 수사당국에 의해 추려진 사건 전말을 전하는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숱한 기자들조차 한번씩 ‘땅을 사라’는 전화는 받았다는데, 그곳을 드러낸 보도는 없었습니다. 특히 부동산 불장이 이어진 최근 4년, 기획의 세계는 어떻게 격동하고 변화했을까요. 취업 사이트에서 기획부동산 업체들을 선별하고, 정식 서류, 면접전형을 거쳐쳐 취업했습니다. 신입차장으로, 기획부동산이 지분쪼개기로 땅을 파는 영업과정에 투입된 것이 2021년 10월이었습니다. 2곳의 잠입취재 및 20여명에 달하는 전현직 기획부동산 관계자 인터뷰, 판매 부동산 현지 추가취재 등을 40일가량 병행하며 기획부동산 업체들의 영업방식, 인적 구조, 관계도 등을 입체적으로 드러냈다고 자평합니다. 가난해서 영업을 해야 하고, 가난해도 땅을 살 수밖에 없는 구조는 욕망만으로 설명될 수 없으며, 그를 통해 ‘부동산 신화’의 바닥을 최선으로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2. 기획부동산 물건지를 직접 검증해 피해자의 오늘과 미래를 짚었습니다. 기획부동산 업체들은 판매하는 땅의 지번을 고객에게 알려주는 것을 금기시합니다. 부지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탐사기획팀은 지번정보 등을 확보해 부동산 기획자들이 판매하는 부지의 가치를 면밀히,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이또한 기존 언론보도에선 볼 수 없던 시도로, 기사를 ‘휴먼 스토리’로만 제한시키지 않았습니다. 검증의 신뢰성을 위해 3가지 방식으로 교차 검증했습니다. 한국감정평가협회 소속 복수의 감정평가 전문가들에게 해당 토지의 가격 분석을 의뢰했고, 지자체와 개발사업자들에게 개발 진행 정도를 확인해 향후 호재 달성 가능성을 살폈습니다. 마지막, 모든 부지의 현지답사 및 취재를 통해 현지 시세와 기존 판매가를 비교 분석해 이익실현 여부를 따졌습니다. 덜 가진 자들이 반전을 꾀하며 샀던 땅들은 취재 결과 쓸모가 없거나 적은 땅들이었습니다. 기획부동산은 방식에 있어선 더 저렴하게 땅을 쪼개 덜 가진 자들까지 포섭하려 했고, 지리적으론 경기남부권에서 충청 중부권으로 전개하며 진화하고 있었습니다.
3. 중하위계층의 10살 집주인들을 추적했습니다. 저소득층의 현실에 대한 좌절과 반전의 욕망, 주변의 부동산 기획이 맞물린 2021년의 새 현상이라 할 만했습니다. 3년째 이어진 부동산 ‘불장’의 끝자락에 달하던 올해, 부동산 카페들에는 1천만~2천만원 정도로 갭투자 아파트를 사도록 이끄는 ‘보이지 않는 손’들이 유독 많았습니다. 한 부동산 카페에 올려진 ‘미성년자 자녀가 있으시면 선물하기 좋은 아파트입니다’ 게시글이 취재의 시작이었습니다. 이런 아파트들에 정말 미성년자 집주인들이 실재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3개 단지 900여 세대의 등기부 등본을 전수조사하였습니다. 파주 문산 당동리 **아파트의 경우, 10대 이하(0살~19살) 집주인이 10명 있었고, 이 어린 집주인들이 2021년 5~8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해당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단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대단히 어렵게, 자녀 명의로 아파트를 구매한 이들과, 또다른 사연의 세입자들을 만나 삶의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지역의 아파트값이 오르진 내다보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사두려는 욕망이 현재에 대한 절망의 다른 말이었습니다. 정부의 부동산정책도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부가 바랐던 서민주거안정이 서민 투자, 서민 투기로도 연결됐다고 기술할 수밖에 없던 서민의 ‘증언’을 두루 들었습니다.
4. 지난 4년 자산불평등이 어떻게 심화하고, 소득주도성장은 어떻게 무력해졌는지 데이터 분석으로 입증해 체감시키고자 했습니다. 지난 정부 때의 자산격차와도 비교해 객관성을 높이고자 했습니다. ①소득분위별 부동산 점유율(2015~2020년), ②소득분위별 부동산자산 격차(2012~2016, 2017~2020년), ③상위 5-4분위 간 부동산자산 격차(2020년) 분석을 통해 부동산 불장 국면에 초래된 자산불평등 양상과 자산격차 변화를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특히 비거주 부동산의 힘이 막강했습니다. 상위5분위(20%)는 전체 부동산 자산의 63.4%를 점유한 데다, 그중 비거주 부동산은 76.8%를 차지했습니다. 상위4분위와 비교해도 금융자산 격차는 2.29배에 불과한데, 비거주부동산 격차는 4.8배를 상회했습니다. 비거주 부동산에 대한 ‘투신’ 없이 계급은 추락하며 상위 진입은 애초 불가능해지는 경향성을 다각적으로 비교 분석해 인포그래픽과 함께 전했습니다. 소득성장은 하위 1분위가 상위 5분위보다 높아 지난 4년동안 두 계층간 소득격차는 4.1배에서 3.87배로 감소했으나, 부동산자산 격차는 77.6배에서 95.5배로 커진 데이터값으로 소득주도성장이 부분 작동했으나 결국 부동산자산에 무력화했음을 거듭 짚어볼 수 있었습니다. 나라살림연구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거안정연구센터장 등과 협업해 객관성, 전문성을 제고하며, 차기 정부의 역할까지 제언하고자 했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단발성, 사건 보도로 존재했던 기획부동산 관련 보도는 매일 쏟아졌지만 기획 부동산의 실태에 관한 심층적 탐사 기획보도는 처음이었습니다. 언론사 기자가 기획부동산업체에 직접 취업해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보도한 것 역시 국내 최초입니다. 메일, 포털 댓글 등을 통해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접근 방식이 신선하다며 여러 라디오 방송에서 출연 요청이 있었습니다. 언론비평지인 ‘미디어오늘’도 기자를 인터뷰해 잠입 취재기와 후일담 등을 기사화했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지면에선 4회로, 디지털에선 11회로 기획기사를 연쇄적으로 전개했습니다. 첫 기사부터 온라인 조회수 등 반응이 뜨거웠고, 특히 일반 부동산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 부동산 카페 등에서 호응이 컸습니다. 사내 열린편집위원회 외부 위원들은 ‘공들인 흔적이 역력한, 꼼꼼한 검증으로 기사의 품질을 높였다’, ‘최근 여타 신문에서 보기 힘든 수작’이란 평가와 함께 사내 기획상을 수여했습니다.
보도 이후 제보 메일과 전화도 수십 건 쏟아졌습니다. 기사 덕분에 알게 됐다며, 자신이 구매한 땅이 사기에 해당하는지 묻는 메일에선 먹먹함도 느꼈습니다. 기획부동산 업체에서 근무했단 분은 사례와 실태가 너무 생생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메일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한겨레> 보도 이후 기획부동산 업체들은 구인을 중단하는 등 사회적 동향을 살피는 모습도 확인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한겨레>가 해당 보도로 제기한 문제점들은 물론 문장들도 인용하며 기획부동산 근절 방침을 ‘명확행’(이재명의 확실한 행복) 7번째 공약으로 1월6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부동산 기획을 “서민의 좌절감, 박탈감을 악용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중범죄”라 규정하며 임야지분 거래를 금지하는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과 정책 대안 등을 통해 향후 서민 피해를 막고, 거래질서를 바로 잡겠다는 것입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 <2천만원짜리 욕망의 기획자들> 탐사기획 보도는 언론윤리강령과 한겨레 내부 ‘취재보도준칙’을 준수하였습니다.
- 해당 보도는 사내 포상 추천을 받아 심사위원단의 심의를 거쳐 사내 기획상 대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2천만원짜리 욕망의 기획자들>은 <한겨레>가 탐사기획팀을 1년여만에 재신설한 뒤 40여일 취재 끝에 전개한 첫 보도물입니다. 저널리즘의 구실을 거듭 상기하며 취재, 기사작성, 유통과정의 완결성을 높이고자 했습니다. 심사위원분들의 엄정한 평가를 삼가 요청드립니다.
회차 심사평
제376회 전체 총평
제376회 이달의 기자상은 당초 총 9개 부문 87편의 출품작 중 8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달에는 취재 접근 방식이나 내용, 방향 등에서 참신하고 우수한 작품들이 대거 출품돼 그 어느 때보다 수상작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의 경우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내용면에서나 취재과정, 사회적 파급력 등에서 수준 높은 뛰어난 작품들이 많아 심사과정에서 경쟁이 치열했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17편의 출품작 중에서 경합 끝에 연합뉴스의 <2022 수능 생명과학Ⅱ 출제 오류와 부실검증 의혹> 보도와 YTN의 <김건희 허위 이력 확인 및 인터뷰> 보도가 공동 수상작으로 뽑혔다. 연합뉴스 보도는 당초 문제가 없다는 교육당국의 부실검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처음 보도해 사회적 관심을 유발했으며 전문적이고 어려운 영역을 열심히 취재해 자칫 그대로 넘어갈 수 있는 오류를 집중적으로 파헤쳐 여론형성에 기여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YTN 보도는 단순히 사실 전달에 그치지 않고, 이력의 진위 여부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확인 보도함으로써 보기 드문 깔끔한 취재라는 평이 주류를 이뤘다.
취재보도2부문에서는 연합뉴스의 <‘조선인 강제노역’ 사도광산 세계유산 일본 후보로 유력> 보도가 최종 선정됐다. 특히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에 대해 기자 역량의 집요함이 유감없이 발휘된 수작으로 인정받았다.
경제보도부문의 경우 출품작 7편 중 서울신문의 <시세차익 노린 한일 간 암호화폐 환치기 실태>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사실 시중에 떠도는 내용을 입체적으로 취재해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기는 쉽지 않은데 구체적인 통계와 충실한 취재내용을 토대로 다양한 취재접근 방식을 통해 객관적 실체를 가려낸 점이 돋보였다는 평이다.
총 13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선 한국일보의 <제로웨이스트 실험실> 보도와 서울신문의 <벼랑 끝, 홀로 선 그들-2021년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보도, 한겨레신문 <2030 지구의 미래 글래스고를 가다-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보도 3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제로웨이스트 실험실>은 주제를 비롯해 취재 방식, 접근 방향 등이 매우 독창적이었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환경문제와 직결된 폐기물정책의 문제점을 일상생활 속에서 찾아 독자들에게 생활 속 환경보호 실천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줌으로써 큰 사회적 반향을 이끌어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벼랑 끝, 홀로 선 그들> 보도는 성 정체성이 결정되는 청소년기에 주목해서 새로운 화두를 던져줬다는 점이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또 단순한 상황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고, 나아가 관련 제도의 개선 움직임을 이끌어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배경이 됐다.
<2030 지구> 보도는 짧은 기간에 깊이 있는 관련 기사를 다양한 취재기법을 통해 쏟아냈으며 해외 언론들도 해당 기사를 많이 받았을 만큼 영향력이 높은 점이 주목을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선 YTN의 <탐사보고서 ‘기록’ 3D 프린터와 암> 보도가 수상했다. 상당수 심사위원들로부터 주변에 흔한 용품임에도 처음 보는 신선한 소재인 데다 내용마저 매우 충격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을 만큼 깊이 있고 완성도 높은 수작이라는 데 별 이견이 없었다. 일부 심사위원은 해당 기사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평소 위험성을 감지하지 못한 다양한 소재를 찾아 위험성을 부각시키는 한편 제도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추가 보도가 있었으면 하는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