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② 단독기획(○),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⑤ 기타( )
■ 반도체 화학 폐기물이, 사료 원료로.
국내 재계 순위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굴지의 식품기업이 만든 동물사료에 반도체 화학 폐기물이 쓰였다는 의혹. 나열한 단어를 두고 볼 때 <식품기업>과 <동물사료>는 쉬이 이해됐으나, <반도체 화학 폐기물>은 도저히 알기 어려웠습니다. 사건은 매우 독특했고 동시에 어려웠습니다.
반도체 화학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난 사고(혹은 사건)는 폐기물관리법을 주무하는 환경부에게도, 사료관리법을 관장하는 농림부에게도, 그리고 취재진에게도 ‘처음’이었습니다. 레퍼런스가 전무하기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를 따지는 취재는 모두 ‘0’에서 시작됐고, 공부와 검증, 현장 취감에만 한 달여가 걸렸습니다.
수고로웠던 이 작업으로 취재진이 얻은 실체적 결과물은 독창적이고 독보적이었습니다. KBS의 기사는 이 결과물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반도체 폐기물 세탁에 걸린 시간 ‘120분’
반도체 공정엔 다양한 화학 물질이 쓰이고, 화학 반응 뒤엔 폐기물이 남습니다. 하루 1백여 톤에 달하는 이 화학 폐기물들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 위탁 계약을 맺은 전국의 폐기물 처리장으로 가야 합니다.
KBS는 이 폐기물들 가운데 일부가 처리장 대신 엉뚱한 곳으로 센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청주 반도체 공장에서 폐기물로 버린 황산암모늄 수용액이 그길로 2시간 거리 군산 사료 공장으로 옮겨져 원료로 납품된 겁니다.
취재진은 부산으로 갔습니다. 이곳엔 식품기업과 사료 원료 납품 계약을 맺은, 폐기물 처리장이 있습니다. 폐기물 처리업자는 반도체 공장에서 배출한 폐기물에 극미량의 약품을 섞어 사료 원료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을 생략한 채 반도체 공장에서 사료 공장으로 폐기물 상태인 황산암모늄을 실어 날랐다는 점입니다.
폐기물 처리업자는 부인했으나, 곧 일부 물량이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취재진은 해명을 다시 검증했고 반박했습니다. 일부가 아님을 증명하는 사실값을 모은 건데, 폐기물 운반 이중장부와 각 공장에서 뗀 계량 증명서, 폐기물 운반 차량의 하이패스 기록이 그것입니다. 폐기물은 사료 공장에 1년 10개월 동안 납품됐고, 양은 6천여 톤에 달했습니다.
■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
식품기업은 처음부터 억울하다고 했습니다. 폐기물 처리업체가 재활용 공정을 거친 ‘제품’을 납품한다고 했고, 이 과정을 생략한 폐기물을 입고시킬 줄은 몰랐다는 해명입니다. 설득력 있었으나, 책임이 없진 않았습니다. KBS 취재 결과 심각한 도덕 해이와 기업윤리 배반이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폐기물 처리업체가 납품 시험 성적서를 조작해온 걸 증명했습니다. 폐기물 자체를 처리장으로 가져온 바 없으니 성분을 분석할 일도 없었던 겁니다. 조작된 성적서를 제출받은 식품기업은, 그러나 납품 검수 때마다 성적서 오류를 확인하고도 이유를 단 한 차례 따져 묻지 않았습니다.
싼값에 사료 원료를 납품할 수 있다는 제안에 계약 전 폐기물 처리장에 들러 시료만 떠왔을 뿐, 식품기업은 이후로 문제가 발생할 때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 폐기물이 제품이 되는지조차 궁금해하지 않았습니다.
폐기물이 원료로 쓰인 사료를 식품기업은 중국과 유럽 등으로 수출했으나, 최종 제품 품질에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수나 폐기 조치하진 않았습니다. 제품 수입업체에 최소한의 통보 역시 하지 않았습니다. 보도 뒤 입법기관은 이점에 주목했습니다.
■ 방관자의 무책임
폐기물 처리는 공적 영역이고, 감시받습니다. 책임은 지자체가 갖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1년 10개월 동안 불법이 자행됐음에도 걸러내지 못한 구조적 결핍이 뭔지 좇았습니다. 구멍은 매우 기본적인 데 나 있었습니다.
군산시는 취재진이 파악한 것과 같은 내용의 민원을 비슷한 시기 접수했습니다. 그러나 단 한 차례, 한 시간짜리 현장 시찰만 한 뒤 다음 날 ‘위반 사항 없음’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감독 공무원이 한 일은 식품기업이 낸 몇몇 서류의 검토가 전부였습니다.
폐기물 처리업체에 허가를 내준 부산시 기장군의 관리·감독 부실은 더 심각했습니다. 취재진은 폐기물 처리업자가 불법을 숨기려 폐기물 운반일지를 두 종류로 나눠 작성한 걸 밝혀냈습니다. '관공서 제출용'이란 제목으로 이중장부를 만든 건데, 기장군이 평소 폐기물 반입·반출 수량만 제대로 세어봤어도 불법은 쉽게 적발될 수 있었습니다.
■ 반도체 폐기물 재활용, 누가 허락했나.
KBS는 조금 더 원초적인 문제로 접근했습니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반도체 폐기물 재활용을 허락했나’를 탐구한 건데, 이를 위해 폐기물 처리업자가 설명한 재활용 공정의 과학적 타당성을 검증해봤습니다. 업자는 폐기물 1만 리터에 특정 화학 물질 1리터를 섞는다고 했습니다.
특정 화학 물질의 정확한 성분을 복수의 전문가에게 알리고, 폐기물 업자가 주장한 공정을 검토하거나 실험토록 의뢰했습니다. 과학자인 이들은 터무니없다고 선 그었습니다. 아무런 화학적 의미가 없다는 게 공통된 분석입니다.
지자체는 폐기물 업자가 정한 재활용 화학 공정을 서류만 훑어 허가했습니다. “행정직이 화학 약품 같은 걸 어떻게 아느냐”가 이들이 내놓은 해명입니다. 전문성이 전혀 담보되지 않은 이들에게 허가 일을 시킨 건 정부, 그리고 우리의 제도였습니다.
■ 조급한 ESG, 허술한 제도 위 ‘모래성’
반도체 폐기물을 원료로 납품받은 식품기업은 ESG 경영의 실천이 목적이었다고 했습니다. KBS는 세계적 화두인 ESG의 현시점을 진단해보고자 했습니다. 앞서 적은 것처럼, 이번 사건은 독특했습니다. 취재를 위해 만난 정부, 업계, 학계 모두 혼란을 말했습니다. 처음 맞닥뜨린 상황이 준 괴리입니다. 그래서 해외 자료를 탐색했습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인텔은 90년대부터 이미 '기업책임경영 연례 보고서'를 발간해오고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그중 폐기물 재활용을 통한 그들의 순환 경제 성과를 다룬 2019년 백서(white paper)에 주목했습니다. 보고서엔 지금 우리가 겪은 문제, 황산암모늄 폐기물의 재활용 성과가 담겨있었습니다.
인텔은 재활용 기준을 엄히 정했고, 충분한 연구로 검증했습니다. 기꺼이 큰 규모의 투자를 했습니다. 취재진은 인텔에 ‘지속가능 발전’의 동력을 물었습니다. 그들은 세 가지를 소개했습니다. ▲고객과 지역 이해관계자의 요구, ▲임직원의 공감과 실천, 그리고 ▲국가가 정한 규정입니다.
미국은 자원 보호와 재생에 관한 법(RCRA)을 중심으로 각종 제도에 세부 가능성을 명문화해 폐기물 처리를 관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가가 직접 기준을 세워 폐기물 재활용을 심사하는데, 이는 ESG 경영의 토대가 되고 있었습니다.
KBS가 보도함으로 짚어보고자 한 건 허술한 제도 속 ESG 조급증입니다. 안전성 검증이나 사회적 합의가 담보되지 않은 의사 결정은 덧나기 마련이고, 이러한 부작용을 감시하고 막을 제도가 부실하다면 ESG의 악용과 남용은 언제라도 의도치 않은 피해를 남길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기사에 인터뷰이로 등장하는 취재원 가운데 익명 처리된 이는 반도체 폐기물을 불법 처리한 폐기물 처리업자, 그리고 이 내용을 최초 제보한 폐기물 운반 기사 등입니다. KBS가 보도함으로 구하고자 한 건, 부조리의 실체적 진실이었을 뿐 인물의 특정 정보 공개는 아니었기에 익명 처리 결정하였음을 밝힙니다. KBS는 이들의 고발과 해명을 다각적 교차 확인하였습니다. 취재원의 실체는 분명하고 증언의 신빙성 또한 강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해당 없음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직접 취재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해당 없음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반도체 폐기물, 동물사료 원료로 둔갑한 ‘120분’> 연속 보도는 단독 취재 결과물입니다. 선행보도는 없었습니다. 여태 비슷한 사례조차 정부나 학계에 보고된 적 없는 독특한 사건을 다뤘습니다. 흔히 아는 폐기물이 아닌, ‘반도체 화학 폐기물’의 처리 과정과 근거 법령의 허점을 진단한 건, KBS의 이번 보도가 처음입니다.
KBS는 한 달 넘는 취감 활동을 거쳐 신중히 보도했습니다. 사안의 단면만 살핀 고발이 아니라 구조의 결함을 깊게 파고들었습니다. 또, 같은 이유로 타 매체가 이런 방대한 내용을 곧바로 다룰 수 없었기에, KBS 단독 보도에 대한 추종 보도는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KBS는 서두르지 않고 고심했습니다. 자극이 강한 단발성 의혹 제기보다 더 가치 있는 보도를 원했습니다. 기사의 확장과 공분 대신 조용한 파급을 선택했습니다. 이 결정은 주효했다고 자평합니다.
신영대 의원을 대표로 11인의 입법기관은 KBS 보도 뒤 사료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사료에 안전성 문제가 발생했을 때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업체에 그 내용의 공표를 명할 수 있다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취재진은 의원실 요청에 따라 발의된 개정안이 상임위와 본회의를 거치는 과정 중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KBS의 보도는 지금 정부 및 지자체의 조사와 경찰 수사 자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반도체 폐기물을 납품받은 식품기업에 관련 자료를 요청한 뒤, 제재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뒤늦게 재조사에 나선 기장군은 폐기물 처리업체의 허가 취소와 고발을 진행 중이고, 이와 별도로 경찰은 폐기물 처리업자를 사기 등의 혐의로 형사 입건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또 고무적인 건 이번 논란의 한 축인 식품기업이 내린 조치입니다. 이들은 KBS 취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였습니다. 식품기업은 문제가 된 사료 공장뿐 아니라 그룹 내 모든 식품 공정의 납품 체계를 전수 점검해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업무는 지금 진행 중이며, 개선 사항의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대로 취재진에게 보고서를 제공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KBS 전주방송총국은 스스로 지역 언론의 한계에 갇히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전국에 흩어진 현장을 쫓고 거시적 관점에서 사안을 진단했습니다. 손 부족에 시달리는 지역 언론 열악함 속에서 기꺼이 한 달 넘는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KBS는 관련 내용을 취재하고 보도하며 언론윤리강령을 준수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KBS 보도와 관련, 언론중재위원회 등을 통한 보도 당사자의 반론 신청은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76회 전체 총평
제376회 이달의 기자상은 당초 총 9개 부문 87편의 출품작 중 8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달에는 취재 접근 방식이나 내용, 방향 등에서 참신하고 우수한 작품들이 대거 출품돼 그 어느 때보다 수상작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의 경우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내용면에서나 취재과정, 사회적 파급력 등에서 수준 높은 뛰어난 작품들이 많아 심사과정에서 경쟁이 치열했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17편의 출품작 중에서 경합 끝에 연합뉴스의 <2022 수능 생명과학Ⅱ 출제 오류와 부실검증 의혹> 보도와 YTN의 <김건희 허위 이력 확인 및 인터뷰> 보도가 공동 수상작으로 뽑혔다. 연합뉴스 보도는 당초 문제가 없다는 교육당국의 부실검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처음 보도해 사회적 관심을 유발했으며 전문적이고 어려운 영역을 열심히 취재해 자칫 그대로 넘어갈 수 있는 오류를 집중적으로 파헤쳐 여론형성에 기여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YTN 보도는 단순히 사실 전달에 그치지 않고, 이력의 진위 여부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확인 보도함으로써 보기 드문 깔끔한 취재라는 평이 주류를 이뤘다.
취재보도2부문에서는 연합뉴스의 <‘조선인 강제노역’ 사도광산 세계유산 일본 후보로 유력> 보도가 최종 선정됐다. 특히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에 대해 기자 역량의 집요함이 유감없이 발휘된 수작으로 인정받았다.
경제보도부문의 경우 출품작 7편 중 서울신문의 <시세차익 노린 한일 간 암호화폐 환치기 실태>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사실 시중에 떠도는 내용을 입체적으로 취재해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기는 쉽지 않은데 구체적인 통계와 충실한 취재내용을 토대로 다양한 취재접근 방식을 통해 객관적 실체를 가려낸 점이 돋보였다는 평이다.
총 13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선 한국일보의 <제로웨이스트 실험실> 보도와 서울신문의 <벼랑 끝, 홀로 선 그들-2021년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보도, 한겨레신문 <2030 지구의 미래 글래스고를 가다-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보도 3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제로웨이스트 실험실>은 주제를 비롯해 취재 방식, 접근 방향 등이 매우 독창적이었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환경문제와 직결된 폐기물정책의 문제점을 일상생활 속에서 찾아 독자들에게 생활 속 환경보호 실천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줌으로써 큰 사회적 반향을 이끌어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벼랑 끝, 홀로 선 그들> 보도는 성 정체성이 결정되는 청소년기에 주목해서 새로운 화두를 던져줬다는 점이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또 단순한 상황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고, 나아가 관련 제도의 개선 움직임을 이끌어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배경이 됐다.
<2030 지구> 보도는 짧은 기간에 깊이 있는 관련 기사를 다양한 취재기법을 통해 쏟아냈으며 해외 언론들도 해당 기사를 많이 받았을 만큼 영향력이 높은 점이 주목을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선 YTN의 <탐사보고서 ‘기록’ 3D 프린터와 암> 보도가 수상했다. 상당수 심사위원들로부터 주변에 흔한 용품임에도 처음 보는 신선한 소재인 데다 내용마저 매우 충격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을 만큼 깊이 있고 완성도 높은 수작이라는 데 별 이견이 없었다. 일부 심사위원은 해당 기사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평소 위험성을 감지하지 못한 다양한 소재를 찾아 위험성을 부각시키는 한편 제도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추가 보도가 있었으면 하는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